괴팍한 노인 오토, 삶의 이유 찾다… 톰 행크스 주연 ‘오토라는 남자’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27일 13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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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 픽쳐스 제공


나를 이해해주는 단 한 사람이 세상을 떠났을 때…. 남겨진 사람을 일으켜 세우는 건 무엇일까. 삶의 의미를 잃은 노인이 천방지축 이웃 가족을 만나 웃음을 되찾는 영화 ‘오토라는 남자’가 29일 개봉한다. 영화를 다 보고 나오면 다가오는 봄 날씨처럼 마음이 따뜻해진다.

오토(톰 행크스)는 삶에 대한 의지가 없다. 인생을 총천연색으로 만들어주던 아내 소냐(레이첼 켈러)가 세상을 떠난 뒤 삶은 흑백영화 같다. 아내가 없는 세상은 예의 없고, 짜증스러운 사람들 투성이다. 사랑하는 사람조차 남아있지 않다. 오토는 더 이상 살아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해 세상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폐를 끼칠 순 없다. 깐깐하고 괴팍하기로 세상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꼰대 할아버지’인 오토는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주변 정리부터 한다. 집 전기를 먼저 끊고, 전화도 해지한다. 남은 청구 비용도 꼼꼼히 챙긴다. 목을 매달기 위해 필요한 로프 길이를 정확히 재서 한 푼도 더 지불하지 않겠다고 고집을 피운다.

마침내 모든 준비가 끝나고 천장에 로프를 매달고 올라서려는 순간, 오토의 심기를 거슬리는 자동차가 동네에 들어선다. 차의 운전자는 매일 아침 같은 시간 오토가 주차 순찰을 돌던 자리에 엉망으로 주차를 하려 한다. 동네를 어지럽히는 것이 죽기보다 싫은 오토는 도로로 뛰쳐나간다. 그렇게 새로 이사 온 마리솔(마리아나 트레비뇨) 가족과 맞닥뜨리게 된다.

소니 픽쳐스 제공


마리솔은 괴팍한 오토에게 기죽지 않는 유일한 동네 주민이 된다. 붙임성 좋고 싹싹한 그녀와 남편, 마리솔의 두 딸은 오토의 인생에 스며든다. 오토는 임신한 마리솔을 위해 운전을 가르치고, 손녀같은 아이들을 봐주면서 오토는 살아갈 이유를 점점 되찾는다. 새로 태어난 마리솔의 아이에게 유산돼 태어나지 못한 자기 아이의 침대를 선물하면서 오토는 마리솔 가족의 일원이 된다. 오토의 삶이 다시 형형색색으로 돌아온다.

‘오토라는 남자’는 ‘오베라는 남자’라는 동명 스웨덴 소설과 영화를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미국 버전은 원작을 충실하게 따랐지만 톰 행크스라는 배우의 무게감이 감동을 더한다. 올해로 67세인 그는 괴팍한 노인 오토 그 자체로 보일 만큼 꼭 맞는 옷을 입었다. 깐깐하지만 미워할 수 없고, 영화가 끝날 땐 사랑스럽기까지 한 오토 역기가 훌륭하다.

소니 픽쳐스 제공


영화 제작은 톰 행크스의 아내 리타 윌슨이 맡았다. 리타는 스웨덴 영화 ‘오베라는 남자’를 보기 시작한지 20분 만에 리메이크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남편에게 “당신이 꼭 이 역할을 해야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젊은 오토 역을 맡은 배우는 톰 행크스의 아들 트루먼 행크스다. 트루먼은 촬영 감독으로 일한 경험은 있지만 배우 데뷔는 처음이다. 어리숙하지만 아내가 될 소냐와 사랑에 빠지는 젊은 청년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톰 행크스는 1월 미국 상영회 후 인터뷰에서 아들 캐스팅을 도왔느냐는 질문에 “트루먼은 카메라 앞에 서는 걸 좋아하지 않고 13살 때부터 영상을 찍었다. 촬영 감독이 꿈인 아이”라면서 “감독(마크 포스터)이 ‘당신의 젊은 시절 역할을 캐스팅해야 하는데 막내를 만날 수 없겠냐’고 물어서 자리를 만들었고, 캐스팅 됐다”고 말했다. 그는 아들에게 연기 조언을 해줬냐는 질문에 “습관적인 제스처와 화가 났을 때 걸음걸이를 조금 이야기 했는데 26살 때 내 모습과 꼭 닮았다”면서 “기저귀를 갈아준 아이와 함께 영화에 출연하는 건 특별한 일”이라고 했다.

소니 픽쳐스 제공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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