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 4060 모셔라”… 중장년층 공략 나선 국내 공연계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6일 11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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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년층 관객을 겨냥한 서울시뮤지컬단의 창작뮤지컬 ‘다시, 봄’. 50대 여자 배우 7명이 주인공으로 활약한다. 서울시뮤지컬단 제공.
중장년층 관객을 겨냥한 서울시뮤지컬단의 창작뮤지컬 ‘다시, 봄’. 50대 여자 배우 7명이 주인공으로 활약한다. 서울시뮤지컬단 제공.
50대 여성들의 삶을 노래하는 창작뮤지컬 ‘다시, 봄’이 이달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막을 올린다. 딸로, 아내로, 엄마로 정신없이 살다보니 어느 새 중년이 된 일곱명의 여성이 주인공이다. ‘젊은 척’ 연기하지 않고 진짜 중년의 삶을 담아내고자 50대 배우들의 속마음을 진솔하게 담아냈다. 지난해 10월 초연에 이어 5개월 만의 재연이다. 부부나 모녀가 함께 공연을 관람하면 티켓을 30% 할인해준다.

최근 국내 공연계가 중장년층의 공감대에 맞춘 작품을 선보이며 ‘잠재적 큰손’인 4060대 모시기에 시동을 걸고 있다. 현재 2030대 관객에 편중된 데서 벗어나 관객 저변을 넓히고, 공연시장의 지속 성장을 도모하기 위함이다.

지난해 10월  서 울 마포아트센터 아트홀 맥에서 열린 ‘어떤가요’. 1980년대 인기를 모았던 가수 이정석, 이치현, 이상우, 황규영 등이 합동 콘서트를 펼쳤다. 이날 공연은 전석이 매진됐다. 마포문화재단 제공.
지난해 10월 서 울 마포아트센터 아트홀 맥에서 열린 ‘어떤가요’. 1980년대 인기를 모았던 가수 이정석, 이치현, 이상우, 황규영 등이 합동 콘서트를 펼쳤다. 이날 공연은 전석이 매진됐다. 마포문화재단 제공.

●‘큰손’ 중장년층 눈높이 맞춘 공연 늘어야


이달 28일 서울 마포구 마포아트센터에서는 ‘어떤가요’ 시리즈 네 번째 공연이 열린다. 과거 ‘테리우스’라 불리며 1990년대 국내 가요계를 휩쓸었던 ‘오직 하나뿐인 그대’의 심신 등 가수 4명이 합동 공연을 펼친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1~3회 공연은 시야방해석을 제외한 800여 석이 전부 매진됐다. 전체 관객의 70% 이상이 4050대였다. 송제용 마포문화재단 대표는 “중장년층 관객을 모으기 위해선 트로트 이외의 양질의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러한 트렌드는 4060대 중장년층 관객이 즐길 수 있는 공연이 부족한 상황과도 관련 이 깊다. 2030 젊은 관객들을 타깃으로 한 작품이 대다수인 시장의 ‘틈새’를 노린 전략이다. 실제로 중장년층의 공감대를 이끄는 작품의 경우 중장년층의 예매 비율이 상당하다. 6일 인터파크티켓에 따르면 인생 황금기를 돌아보게 하는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는 전체 예매자 중 4050대 비율이 지역별로 40~60%대에 달했다. 뮤지컬 ‘맘마미아’와 ‘다시, 봄’ 역시 각각 40%, 58%씩 차지한다. 다음달 개막하는 뮤지컬 ‘데스노트’의 4050대 예매 비중이 약 17%, 5일 폐막한 ‘스위니토드’가 21%에 그치는 것과 대비된다.

공연계가 변화를 시도하는 건 관객 저변을 넓혀야 공연시장이 꾸준히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중장년층은 과거 기성세대와 달리 공연 관람에 기꺼이 지갑을 열고, 경제력 역시 뒷받침되는 이들이다. 김덕희 서울시뮤지컬단장은 “과거 베이비붐 세대 등과 비교해 문화예술을 다채롭게 향유해본 경험이 있어 공연 관람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낮다”며 “국내 공연계가 젊은 관객에만 편중된다면 전체 파이가 커지지 못하고 땅따먹기 싸움만 계속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립현대무용단 ‘시니어 즉흥춤 교실’에서 60대 이상 일반인들이 춤을 추고 있다. 3시간 동안 현대무용 동작 기초를 배우고 자기만의 안무도 해보는 시간이다. 국립현대무용단 제공.
국립현대무용단 ‘시니어 즉흥춤 교실’에서 60대 이상 일반인들이 춤을 추고 있다. 3시간 동안 현대무용 동작 기초를 배우고 자기만의 안무도 해보는 시간이다. 국립현대무용단 제공.

●중장년 참여하는 문화예술 프로그램도 다양화


국내 공연시장이 본격 확장되던 1980~1990년대에 젊은 관객 또는 배우였던 이들이 지금 4060대가 된 것도 이같은 변화를 가능케 했다. 다음달 개막하는 ‘맘마미아’에는 50대 배우 송일국, 장현성 등이 합류해 중장년층 친근감을 높였다. 신시컴퍼니는 “19년 전 초연 당시엔 배우의 스펙트럼이 적어 3040대 배우들이 50대 배역을 연기했다”며 “시장이 성숙해지면서 중장년 눈높이에 맞는 배우들이 무대에 많이 오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연극 ‘두 교황’에서 주역을 맡았던 배우 서인석이 지난해 9월 ‘아침마당’에 출연하자 이튿날 40대 이상 예매자가 출연 이전 평균대비 2.5배 급증하기도 했다.

중장년층을 아우르는 문화예술 프로그램도 기존 서화, 클래식 음악 등으로 국한되지 않고 다양해지는 추세다. 올 초 국립현대무용단은 60세 이상 일반인 25명을 대상으로 ‘시니어 즉흥춤 교실’을 운영했다. 남정호 국립현대무용단장은 “고령화사회가 되면서 중장년층은 더 이상 주변에 물러서 있는 존재가 아니게 됐다”며 “수업이 끝난 뒤 삼삼오오 공연을 관람하기도 해 공연장으로 발길을 모으는 장점도 있다”고 했다. 서울문화재단이 지난해 개최한 제1회 서울생활예술페스티벌에는 중장년층으로 이뤄진 훌라춤 동호회, 7080 밴드 등 단체들이 다수 참여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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