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도시에도 숨 쉴 공간이 필요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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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 살 권리/카를로스 모레노 지음·양영란 옮김/208쪽·1만7400원·정예씨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인근 청계천은 점심 때가 되면 주변 직장인과 주민들로 활기를 띤다. 1년 365일, 인간은 물론이고 청둥오리의 쉼터가 돼주는 청계천은 2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차들이 달리는 복개도로였다. 당시 청계천은 대기오염의 발원지이자 역사유적이 함몰된 공간, 노후화된 상업지로 인식됐다. 그랬던 청계천이 2005년 ‘걷고 싶은 거리’로 돌아왔다. 시민에게 ‘도시에 살 권리’를 돌려준 것이다.

책은 도시의 조건을 다시 정의하는 데서 출발한다. 저자가 말하는 도시란 구역 내 어디에 살든 집, 일자리, 상점, 병원, 학교, 문화시설 등 6가지 사회적 필수기능건물에 도보 및 자전거로 15분 내에 이동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도시 속 중심축을 늘리고 하나의 건물에 여러 기능을 부여하면 도시로서의 조건을 갖출 수 있다고 말한다. 또 사람과 동식물이 숨쉴 수 있도록 무분별한 개발을 멈추고 자연을 돌려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프랑스 파리시 도시정책고문이자 파리 제1대학 팡테옹-소르본의 교수다. 세계 대도시들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구성한 협의체인 ‘C40 도시기후리더십그룹’이 감염병과 기후위기를 동시에 극복할 수 있는 전략으로 채택한 ‘15분 도시, 30분 영토’ 개념을 창안한 인물이다. 그는 주거 양극화, 자원 고갈 등 각종 문제가 곪아터진 세계 도시들이 이타주의적으로 발전하기 위한 방법에 대해 고민한 결과를 책에 담았다.

유엔 경제사회국(DESA)은 2050년까지 지구상에 거주하는 83억 인구 중 약 60억 명이 도시에 살 것으로 예측한다. 세계는 대부분 도시화됐고 도시생활 관련 문제는 해결해야 할 주요 과제가 됐다. 지구에서 도시들이 차지하는 표면적은 2%에 불과하지만 그곳에 인구 절반이 모여 살며 전 세계 에너지의 78%를 소비한다.

저자는 “살아있는 도시를 만든다는 것은 물과 공기, 성찰과 침묵 등 공동의 자산을 되찾기 위해 투쟁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인구 밀도가 높은 수도권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다수의 현대인에게 좀 더 건강한 생활을 위해선 자신에 대해 성찰하고 이웃과 소통하는 데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할애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도시에 살 권리#카를로스 모레노#정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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