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신장 장애인 아버지를 둔 키 작은 쌍둥이 형제의 성장담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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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가 김지원 “비장애인에 낯설지만 불편하지 않는 공연 목표”
저신장 배우 김범진 “훗날 내게 자식 생긴다면 생각에 아버지役 몰입”
음악극 ‘합★체’ 15~18일 초연

저신장 장애인 아버지와 비장애인 어머니에게서 태어나 작은 키가 고민인 쌍둥이 형제 ‘오합’과 ‘오체’의 성장담이 무대에 오른다.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15∼18일 초연되는 음악극 ‘합★체’는 제8회 사계절문학상 대상작인 박지리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연출은 20년 넘게 장애인 예술가와 작품을 만들어온 극단 다빈나오의 상임연출가 김지원이 맡았다. 저신장 장애인 아버지 역은 실제 저신장 장애를 가진 배우 김범진이 연기한다. 두 사람을 지난달 30일 국립극장 연습실에서 만났다. 김 연출가는 “수어와 음성 해설 등 비장애인에겐 다소 낯설 수 있는 다양한 언어가 나오지만 불편하지 않고 재밌는 공연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작품은 장애인도 감상할 수 있게 한 배리어프리 공연. 시·청각 장애인을 위해 한글 자막, 음성 해설, 수어 통역이 마련되는 건 기존 배리어프리 공연과 같지만 방식은 좀 다르다. 작품 형식 자체에 무장애 공연 장치를 뒀다. 음성 해설은 극중 배역인 라디오 DJ ‘지니’의 대사로 풀어냈고, 수어 통역사는 주요 배역마다 1명씩 둔다. 각 통역사는 배우 옆에 서서 수어뿐 아니라 표정, 동작까지 전달한다.

쌍둥이 형제가 주인공이지만 작품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아버지의 대사에 나온다. 극중 놀이공원에서 저글링쇼를 하는 아버지가 두 형제에게 좋은 공의 조건을 말하는 장면에서다.

“아버지가 ‘좋은 공은 땅에 떨어졌을 때 다시 튀어오를 수 있는 적당한 탄력이 있다’고 말하는데 이는 내면의 탄력을 의미해요. 많은 관객에게 닿으리라 생각합니다.”(김지원)

배우 출신인 김 연출가는 2004년 장애인 극단 공연에서 우연히 연출 대타를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장애인 예술가와 활동해왔다. 연극 ‘페리클래스’(2015년)로 데뷔한 김범진은 극단 여행자 소속의 8년 차 배우다.

“제가 저신장 장애인이다 보니 아들 역의 두 배우(이성민, 박정혁)의 연습 장면을 볼 때마다 ‘훗날 내게 자식이 생긴다면 그들도 저렇게 여길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점점 아버지 캐릭터에 몰입하게 됐죠.”(김범진)

“장애인, 비장애인 예술가들과 함께 대중적이면서 관객 만족도가 높은 작품을 만들어가려 합니다.”(김지원)

3만∼4만 원.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음악극#성장담#쌍둥이 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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