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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책의 향기]지휘자의 일, 지휘봉을 젓는 게 전부가 아닙니다

입력 2022-05-21 03:00업데이트 2022-05-21 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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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의 발견/존 마우체리 지음·이석호 옮김/552쪽·2만 원·에포크
생애 처음 클래식 공연을 보러 간 사람이라면 한 번쯤 오케스트라를 진두지휘하는 지휘자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볼 법하다. ‘지휘자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사람들 앞에 서서 팔만 흔들면 되는 거 아닌가?’라고 말이다. 이런 경험이 있다면 이 책은 그 의구심을 푸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지휘자는 악보의 행간을 읽고 과거의 작곡가와 지금 무대 위 음악가들과 객석의 청중을 한 방향으로 이끌고 가는 사람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다루는 일이기에 50여 년간 지휘자로 활동한 저자는 “여러분이 우리를 사랑할 때 우리는 천재가 된다. 여러분이 우리를 묵살할 때 우리는 사기꾼이 된다”고 말한다. 저자는 미국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프랑스 국립관현악단 등 전 세계 유명 교향악단 및 오페라단을 이끈 세계적인 지휘자다. 그는 자신의 경력을 비롯해 선배, 스승의 발자취를 진솔하게 기록하며 지휘자의 면면을 알린다.

지휘에도 기술이 있다. 책의 1∼3부는 미국을 대표하는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 그의 스승 프리츠 라이너 등 여러 지휘자를 통해 동작, 바통 사용법과 같은 지휘 테크닉에 관한 팁을 준다.

하지만 지휘는 테크닉만으로 이뤄지진 않는다. 대표적인 사례가 20세기 최고 지휘자라 불리는 오토 클렘페러와 제임스 러바인이다. 이들은 팔을 제대로 움직이기 어려울 정도로 쇠약해졌지만 휠체어에 앉은 채 지휘를 성공적으로 해냈다. 저자는 “지휘는 운동으로 치면 마라톤”이라고 설명한다.

결국 지휘자는 관계를 조율하는 리더다. 그렇기에 주도권을 두고 힘을 겨루는 애환도 많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지휘자에 관한 의견을 평가서 종이에 기록하는데, 이 평가서는 객원 지휘자를 다시 부를지 판단하는 데 쓰이는 내부용 극비 문건이다.

저자는 미국의 한 오케스트라를 지휘할 때의 일을 회고하며 마지막 리허설 때 이 평가서가 모든 악보대에 올라와 있는 모습이 씁쓸하다고 말한다.

책을 덮고 나면 지휘자가 마냥 화려해 보이지만은 않는다. 교향곡 악보에 펼쳐진 동시다발적인 악기들의 음악을 교통 정리하는 지휘자의 손짓에 경의를 표하게 될지 모른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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