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기반 갤러리 재개관…미국·유럽 작가들 작품 쏟아진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30일 13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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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시리즈의 대형 작품© 뉴스1
빛나는 시리즈의 대형 작품© 뉴스1
이달 해외 유명 갤러리들이 재개관하거나 추가로 공간을 열고 유럽, 미국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미국 최정상급 갤러리인 리만머핀은 2017년 서울 종로구 안국동에 개관했으나 올해 용산구 한남동으로 확장 이전했다. 다국적 갤러리 페이스갤러리도 지난해 확장 이전한 한남동 건물의 한 개 층을 추가로 오픈했다.

리만머핀은 15일 서울 6호선 이태원역 근처에 새 전시장을 열고, 미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 래리 피트먼을 소개했다. 그는 인종 갈등, 성 불평등, 폭력과 같은 병리적 현상에 집중해왔다. 이번에는 도시를 그리면서 하나의 대도시가 만들어지기까지 인류 사회가 남긴 잔재들은 무엇인가에 대해 고찰한다.

출품작은 1층부터 ‘불투명한’ 연작과 ‘반투명한’ 연작, 2층에는 ‘빛나는’ 연작 순으로 이어진다. 작품들은 다소 어두운 톤에 곤충이나 새 같은 원초적인 생명체들이 등장했다가 대도시의 이면들을 비춘 후 알이 기념비처럼 우뚝 서있는 형상으로 끝이 난다. 작가는 수직적이고 권력중심적인 도시 풍경에 연약하지만 생명을 잉태하는 알을 그려 넣음으로써 낙관적인 미래를 말한다. 5월 7일까지.

제임스 터렐_Beneath the Surface(2021)
제임스 터렐_Beneath the Surface(2021)
페이스갤러리는 확장이전 후 29일 처음으로 1층 공간을 열었다. 이루리 페이스갤러리 팀장은 “이 공간에서는 회화전보다는 기술을 사용하거나 몰입형 전시를 열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이곳에서는 ‘빛’을 매체로 하는 제임스 터렐, 래리 벨, 로버트 어윈, 피터 알렉산더, 헬렌 파시지안, 과프레드 에버슬리의 그룹전이 열리고 있다. 이들은 1960년대 말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에서 일어났던 미술 운동인 ‘빛과 공간 예술’을 주도했던 인물들이다.

이 팀장은 “자연과 밀접한 미국 남부 특성상 예술매체로서의 빛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임스 터렐은 16살에 조종사 면허를 취득해 비행하면서 빛에 흥미를 느꼈다. LED 조명으로 이뤄진 설치작품 ‘Beneath the Surface’(2021)는 2시간 반 내내 미묘하게 색을 변화한다. 피터 알렉산더도 서핑보드를 수리하던 중 반투명 레진이 굳으면 빛을 굴절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출품작 ‘Fresh as a Daisy’(2019) 등 그의 작업세계에 반영한다. 5월 28일까지.

제이슨 마틴_Untitled(2021)3.
제이슨 마틴_Untitled(2021)3.
런던, 파리 등 유럽을 기반으로 둔 타데우스 로팍 갤러리는 지난해 10월 한남동에 입성한 후 현재 영국 작가 제이슨 마틴의 국내 첫 개인전 ‘수렴’을 열고 있다. 마틴은 물감에 시멘트를 섞어 바르거나 금속으로 작업하는 등 조각과 회화의 경계에서 재료에 대한 고민을 거듭해온 작가다. 그가 이번에 내놓은 신작 회화 11점은 ‘알루미늄 회화’라는 새로운 시도의 결과다.

이번 신작들은 은은한 광채를 품고 있는 게 특징이다. 캔버스 천이 아닌 알루미늄 지지대 위에 붓질을 했기 때문이다. 그의 반복적이고 역동적인 붓놀림 덕에 작품은 어디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른 분위기를 주는 조각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 붓질의 흔적은 작품 중심부에 위치한 하나의 점에서 끝나는데, 이는 작가가 관심을 가졌던 아시아의 보자기 포장 방식에서 착안한 것이다. 16일까지.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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