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미 “바로크 음악으로 위로 받기를”…이무지치와 콘서트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23일 13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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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델과 비발디 등의 바로크 음악은 기도와 성찰, 마음의 위로를 주죠. 어려운 시기에 많은 분들이 저와 이무지치를 통해 위로받을 수 있기 소망합니다.”

올해 데뷔 35주년을 맞은 소프라노 조수미(59)가 창단 70주년을 맞이한 실내악단 ‘이무지치(I Musici)’와 만났다. 25, 26일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조수미 & 이 무지치’ 콘서트다. 조수미는 이 무지치 반주로 퍼셀과 헨델, 비발디 등의 바로크 오페라 아리아를 노래하고, 이 무지치는 단독으로 비발디 바이올린 협주곡집 ‘사계’도 들려준다.

‘음악가들’을 뜻하는 이 무지치는 조수미가 졸업한 로마 산타체칠리아 음악원 출신 연주가들이 1951년 창단한 악단. 콘서트에서 ‘사계’를 의욕적으로 콘서트에서 소개하며 세계적인 사계 붐을 불러온 주역으로 꼽힌다. 조수미와의 콘서트는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해외 입국자들이 열흘 동안의 자가격리 기간을 의무적으로 갖게 되면서 노령 연주자가 많은 이 무지치도 한국에서 자가격리를 해왔다. 조수미는 “나는 평소 그리웠던 한국 음식을 잘 먹고 있어서 ‘확찐자’가 되어 나올 게 걱정이었다”며 “이무지치 단원들이 잘 지내고 있는지 매일 물어보고 ‘잘 지내고 있다’는 답을 듣었지만, 집과 가족들이 얼마나 그리울까 생각하면 마음이 짠했다”고 말했다.

“서로 기념비적인 공연이잖아요.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예정된 곳에서 공연을 다 해야겠다는 결심을 얘기했고, 이무지치도 그걸 원했어요. 자가격리로 일부 지방 일정이 늦춰졌지만 이번 한국 투어는 양쪽 다 간절한 기회였기에 모두들 이해해 주었죠.”

조수미는 데뷔 20주년을 맞은 2006년 첫 바로크 앨범을 발매했고 2014년에는 바흐 아리아 앨범을 내기도 했다. 이번 공연에 맞춰 조수미와 이무지치가 협연한 앨범 ‘LUX(빛) 3570’도 데카 레이블로 발매됐다. 조수미는 “영화 ‘기생충’을 세 번 보았는데, 여기 나온 헨델 오페라 ‘로델린다’의 아리아 ‘내 사랑하는 이여’가 너무나 마음에 들어 앨범에 넣자고 제안했다. 이무지치도 5분만에 ‘너무 좋다’는 답을 주었다”고 밝혔다.

그는 내년 계획에 대해 “러시아 오페라 아리아 앨범이 나올 예정이며 벨기에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성악부문 등 여러 콩쿠르에서 심사위원을 맡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주인 따라 노래하던 애견 신디 2019년 세상 떠나
바리톤 흐보로스톱스키 타계 예감하며 눈물 흘려”




조수미에게 두 가지 ‘특별한 존재’와의 인연을 물어보았다.

그는 갈색 요크셔테리어 ‘신디’를 키워왔다. 2006년 독일 월드컵을 맞아 하노버에서 열린 기념 콘서트 리허설 휴식시간 중 조수미의 ‘밤의 여왕의 아리아’에 맞춰 신디가 노래하는(?)영상이 동아닷컴에 단독 보도되면서 신디의 존재가 알려졌다. 2013년에는 신디와 꼭 닮은 강아지 ‘통키’를 데리고 TV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했다. 두 강아지는 그 뒤 어떻게 지냈을까.

“신디는 저와 쭉 함께 살다가 2019년에 18살 나이로 무지개다리를 건넜어요. 하노버에서 노래할 때는 다섯 살이었죠. 통키는 2008년 만난 아이에요. 기아로 미래에 대한 꿈을 잃어버린 전 세계 아이들을 돕는 TV 프로그램에서 걸그룹 카라와 함께 봉사활동을 나갔었는데, 신디와 똑같이 생긴 강아지가 버려져 있더라구요. 그런데 제가 한국에 살지 않기 때문에 동생 조영준 SMI 대표가 입양을 했어요. 그런데 제가 해외에서 공연하고 있을 때 통키가 그만 사라져 버렸어요. 제가 SNS 계정에서 통키를 찾아달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는데, 결국 찾지 못했죠.”

조수미는 2017년 뇌암으로 세상을 떠난 러시아 바리톤 드미트리 흐보로스토프스키의 ‘절친’이었다. 러시아와 한국 등에서 여러 차례 함께 공연하기도 했다. 그와의 추억도 물어보았다.

“디마(흐보로스토프스키의 애칭)는 62년생 호랑이띠로 저와 같은 나이죠. 처음 만났을 때부터 ‘너랑 나는 엄청난 인연이다’라고 말했어요. 그가 죽기 전 1년 전 쯤 러시아에서 같이 공연할 때 처음으로 ‘그가 언젠가 세상을 떠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공연 전에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세상을 떠나기 3, 4년 전부터 약간 병적인 모습이 보이긴 했어요. 아무것도 아닌 일에 신경이 날카로워져서 주변 사람들을 무섭게 하곤 해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러다는 다시 좋아져서 ‘예술가답게 독특한 면이 있구나’라고 생각했는데, 결국엔 병의 한 증상이었던 거죠.

그의 병을 알게 된 뒤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이 세상에 오래 같이 있을 사람이 아닐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죠. 그래서 항상 만날 때마다 1초라도 더 보려고, 한 마디라도 더 하려고 했어요.

그처럼 완벽한 사람은 때로 하늘이 빨리 데려가시더군요. 그가 세상을 떠난 날이 마침 제 생일(11월 22일)이었어요. 아 생일이구나 하고 일어나자마자 디마가 죽었다는 연락을 받았죠. 매우 슬퍼하긴 했지만 생각하고 있던 일이어서 많이 놀라진 않았어요. 디마는 제게 잊을 수 없는 사람이고, 카라얀 선생님과 더불어 매일 머리에 떠올리는 사람입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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