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집 때문에 연휴 내내 호텔생활…층간소음 전문가의 Tip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19일 16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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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층간소음 분쟁 사례는 매우 많습니다. 흩어졌던 가족들이 함께 모여 웃고 가족의 정을 확인하는 추석 연휴지만 층간소음 차원에서는 다릅니다. 위층 형제가 칼부림에 죽고, 두 아들을 잃은 아버지는 얼마 뒤 화병으로 사망하는 역대 최악의 층간소음 분쟁사건인 2013년 서울 면목동 아파트 층간소음 살인도 설 명절 연휴에 발생했습니다.

명절이라고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들도 휴가 가고 없는 경우가 많아 하소연할 길도 없고, 분노를 삭이며 연휴 기간 내내 호텔에서 지냈다는 집도 있습니다.

반가운 사람끼리 모이면 즐겁고, 즐거우면 웃고 떠들기 마련. 하지만 혼자 사는 단독 주택이 아니라 아파트 빌라 등 공동주택이라면 아래층 위층 옆집도 생각해야합니다.

그동안 층간소음으로 쌓였던 분노가 아들 며느리 손자 손녀들이 모이는 명절에 더욱 심해져 이를 계기로 폭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명절 연휴기간 아래윗집이 약간만 상대를 배려하고, 미리 준비하면 무사히 넘어갈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입니다. 어떻게 구체적으로 배려하면 좋을 지도 함께 알아봅니다.

#사례
박혜민(가명)씨는 2017년 초에 몸이 불편한 홀어미니를 간호하기 위해 남편과 아이들을 설득하여 엄마가 살고 있던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로 이사를 갔다.

이전에 살던 빌라에서도 약간의 층간소음 들렸지만, 크게 피해가 없었기 때문에 ‘아파트는 더 낫겠지’라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사한 지 일 주일 정도 흐른 뒤 윗집의 어른이 걷는 발망치 소리, 의자 끄는 소리, 문 닫는 소리 등 각종 소음에 들리기 시작했다. 엄마는 별거 아니라고 했지만, 박혜민씨는 위층에 직접 찾아가서 항의를 하고, 관리소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었다.

그나마 자신의 항의로 위층에서 매트도 깔고 노력하는 모습에 근근히 몇 개월을 참고 지냈다.

그런데 그해 추석 명절, 아침에 집이 무너질 정도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을 정도로 어른들의 발망치 소음,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소음이 발생했다. 명절에 식구들이 모인 것이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아파트 관리소에 전화를 했다. 경비원들마저 명절 휴가를 가고 출근한 사람이 없어 자기들도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는 소리만 들었다.

하는 수 없이 직접 올라갔지만, 아들 며느리와 손녀들이 놀러온 상황에서 차마 초인종을 누를 용기가 나질 않았다.

집에서 참고만 있으려니 도저힘 참을 수 없어 엄마, 남편, 아이들을 설득하여 명절 연휴 동안 호텔에서 생활하고 연휴가 끝나 집으로 돌아왔다.

차상곤(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의 Tip

해마다 명절에 층간소음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습니다. 이 때는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 등의 민원센터와 최소의 경비를 제외한 관리소의 직원들이 출근하지 않아 민원을 하소연 할 곳조차 없어 더욱 답답할 수 있습니다.

당사자들이 슬기롭게 대처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윗집, 아랫집 그리고 관리사무소가 해야할 일들을 정리해봅니다.

◆ 윗집에서 할 일
1.자녀나 친지들이 방문을 할 때, 관리소와 아랫집에 그 방문 시간대(예를 들면, 오후 1시부터 오후 5시)를 명확하게 알려주고, 양해를 구할 것.

2. 자녀나 친지들의 방문을 가급적 오전 10시전 시간대나 밤 7시 이후에는 방문하는 것을 자제할 것.

3.집에 방문하는 자녀와 친지들을 위한 매트와 슬리퍼를 미리 준비할 것.

이밖에 집을 방문하는 아이들이 많은 경우, 아이들을 데리고 아랫집을 방문하여 인사를 시키거나 이때 약간의 과일 등을 준비하면 아랫집의 마음을 풀어주는 데 매우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 아랫집에서 할 일
사실 층간소음의 피해가 예상되는 집이 미리 준비할 것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래도 평소에 층간소음이 많았던 이웃을 두고 있다면 명절에 최악의 사태로 치닫지 않기 위해 몇가지 조처를 미리하면 좋습니다.

1.명절 전에 미리 관리소나 층간소음관리위원회를 방문해 윗집의 자녀나 친지들이 언제 방문하는지를 조사하여 알려줄 것을 요청하고, 그 시간대가 너무 이른 오전이나 늦은 오후일 경우에는 시간을 조절해 달라고 양해를 구할 것.

2.아파트 관리소나 층간소음관리위원회원을 담당하는 경비 등 직원을 배치할 것을 요청.

3. 너무 소음이 시끄러울 경우에는 집에서 계속 있는 것보다는 외출을 통해 그 시간대를 피하는 것도 어쩔 수 없지만 효과적인 방법.

과거의 사례들을 보면 대형 사건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는 양자가 직접 대면에 목소리가 높아지고 감정이 격하게 되는 경우였습니다. 가급적 직접 방문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것을 자제하고 메모 등이나 관리사무소 등을 통해야 합니다.

◆ 관리소나 층간소음관리위원회가 할 일
1.안내 방송을 통해 자녀나 친지들이 너무 이른 오전이나 늦은 오후 시간대 방문하는 것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

2.평소에도 민원이 자주 발생한 윗집과 아랫집의 경우에는 윗집에 자녀와 친지들의 가급적 명확한 방문 시간대는 파악해 아랫집에 알려주고, 윗집에는 준수할 것을 요청

3.명절 연휴 동안은 층간소음 예방 방송을 진행

4.명절 민원에 대비, 층간소음 민원 담당자를 1인 이상 배치


김광현 기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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