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경쟁하는가”…상금 456억 원을 위한 잔혹한 생존 게임

손효주기자 입력 2021-09-15 14:56수정 2021-09-15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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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본을 처음 완성했던 2009년만 해도 내용이 낯설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런데 어느새 이 작품과 어울리는 세상이 돼있었다. 이제는 오히려 현실감 있다는 평가를 많이 듣는다.”

17일 공개를 앞두고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게임’을 연출한 황동혁 감독은 15일 열린 온라인 제작발표회에서 이 같이 밝혔다.

‘오징어게임’은 육군 헌병대(현 군사경찰대)의 군무이탈자 체포전담조 이야기를 다룬 D.P 이후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중 가장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작품. 1970년대, 80년대 어린이들이 자주 하던 추억의 놀이인 오징어게임에서 작품명을 따왔다. 오징어게임은 땅에 세모, 네모, 동그라미를 이용해 오징어와 유사한 그림을 그린 뒤 공격자와 수비자로 나눠 서로를 넘어뜨리는 등 그림 안에서 몸싸움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드라마 ‘오징어게임’은 참가자 456명이 우승자 1인에게 돌아가는 상금 456억 원을 놓고 오징어게임을 비롯한 여섯 가지 생존 게임을 벌이는 내용이다. 456명은 똑같은 트레이닝복을 입고 첫 게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에 참가한다.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흐르고 분홍색, 노란색 등 알록달록한 색으로 꾸며진 게임 세트장은 동심에 절로 빠져들게 하는 평화로운 분위기다. 그러나 게임이 시작되자마자 이 세트장은 세상에서 가장 잔혹한 공간으로 돌변한다. 어린 시절처럼 “난 안 움직였어”라고 한 번 우겨보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다. 첨단 기기로 모든 움직임을 감지하고, 미세하게나마 움직인 참가자에겐 곧바로 총알이 날아든다. 게임의 룰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난 참가자를 기다리는 건 죽음뿐이다. 인간을 극단의 경쟁으로 내모는 현대사회와 그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비인간화된 사람들 모습을 추억의 놀이를 내세워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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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훈 역을 맡은 배우 이정재는 이날 “시나리오 속 게임을 어떻게 실제로 구현해낼지에 대한 궁금증이 컸다”며 “세트장 가는 날이 굉장히 기대되고 재밌었던 작품”이라고 말했다. 황 감독은 “오징어게임은 제가 어릴 적 골목에서 하던 놀이 중에 육체적으로 가장 격렬했던 놀이”라며 “오징어게임이 현대 경쟁 사회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게임인 거 같아 제목으로 정했다”고 했다. 잔혹성과 폭력성이 매우 높다는 지적에 대해선 “ 데스게임 형식이라 잔인한 요소를 뺄 순 없었다”며 “대신 폭력과 잔인함을 의도적으로 과장하려하지 않았고 경쟁 결과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도록 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드라마 속 인물들은 실직한 뒤 사채를 쓰고 도박에까지 손을 댄 기훈과 서울대를 졸업한 뒤 대기업에 입사해 승승장구 하지만 고객 돈을 유용해 투자를 하다 실패해 빚더미에 앉은 상우(박해수) 등 벼랑 끝에 몰린 사람들. 뇌종양을 앓는데다 치매 증상까지 있는 노인, 소매치기를 하며 근근이 사는 새터민, 조직의 자금을 도박으로 모두 탕진한 조직폭력배 등 저마다 사연은 다르지만 벼랑 끝에 몰린 건 매한가지인 다양한 인간군상이 등장한다. 배우 박해수는 이날 “시나리오에 여러 인간군상이 나오는데 그들의 섬세한 심리 변화와 성장 과정이 매우 매력적이었다”고 했다.

황 감독은 영화 ‘도가니’ ‘수상한 그녀’ ‘남한산성’ 응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작품을 통해 작품성과 대중성을 두루 갖췄다고 평가받고 있는 대표적인 감독이다. 그런 그가 바닥까지 추락한 인간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현대사회의 어두운 면을 통째로 은유한 이번 작품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주려는 메시지는 뭘까. 황 감독은 “‘우리는 왜 목숨을 걸다시피 하는 경쟁을 하며 살아야 하는가’, ‘경쟁은 어디서 시작됐고 어디로 가야하는가’하는 근본적인 질문들을 던져볼 수 있는 작품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총 8부작.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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