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어쩌다가, 그 천문학자는 ‘명왕성 킬러’가 됐나

김기윤 기자 입력 2021-04-03 03:00수정 2021-04-03 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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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쩌다 명왕성을 죽였나/마이크 브라운 지음·지웅배 옮김/420쪽·2만 원·롤러코스터
명왕성이 태양계 행성에 포함돼 있던 당시 행성 간 크기 비교 사진. 오른쪽 제일 끝 왜소행성이 명왕성이다. 작은 사진은 국제천문연맹이 2006년 8월 체코 프라하 회의에서 명왕성을 왜소행성으로 강등하기로 결정하는 모습. 롤러코스터 제공

“명왕성은 죽었습니다(Pluto is dead).”

이미 사람들의 뇌리에 박힌 우주관을 바꾸는 건 무척이나 힘든 일이다. 1930년 미국 천문학자 클라이드 톰보가 명왕성을 처음 발견하고 약 70년이 흐른 어느 날. “태양계를 완벽히 알고 있다”던 천문학계가 그동안 굳건히 믿어온 우주관이 한 천문학자에 의해 흔들리기 시작한다. 당시 태양계와 우주에 대한 이해는 다음과 같았다. 첫째, 태양계는 ‘수-금-지-화-목-토-천-해-명’으로 일컫는 9개 행성으로 구성돼 있다. 둘째, 더 이상의 태양계 행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훗날 ‘명왕성 킬러’라는 별명을 얻은 저자는 모두의 머릿속에 굳게 자리 잡은 우주관을 깨뜨려야 하는 고난의 길에 들어섰다. 자신은 결코 이를 원하지 않았다. 오히려 처음에 그는 태양계의 10번째 행성을 찾아낸 줄 알고 들떠 있었다. 그가 2005년에 발견한 천체 ‘제나’(나중에 에리스로 개명)는 지름 약 2326km로 궤도에 따라 움직였다. 하지만 명왕성(2306km)보다 조금 큰 크기가 문제였다. 이 천체를 행성으로 받아들인다면, 해왕성보다 바깥 궤도에 있으면서 비슷한 크기의 다른 천체들 200여 개까지 모두 행성으로 분류해야 했다.

결국 2006년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국제천문연맹(IAU) 회의에서 천문학자들은 ‘명왕성은 행성이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투표로 답해야 했다. 그 결과 ‘아니요’를 뜻하는 노란색 카드 물결이 회의장을 뒤덮었다. 저자가 촉발한 논쟁은 명왕성은 더 이상 행성이 아니라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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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제목에 들어간 ‘어쩌다’는 원제를 잘 의역한 단어다.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 행성천문학과 교수인 저자는 1970년대 닐 암스트롱과 아폴로 프로젝트를 동경하며 자란 ‘아폴로 키즈’다. 그가 2005년 어쩌다 밤하늘에서 찾아낸 제나는 명왕성의 행성 지위를 박탈한 단초가 됐다. 학계와 주변 압박에도 그는 “명왕성은 ‘왜소행성’으로 강등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주를 사랑하는 어린이들은 “명왕성을 내쫓지 말라”는 내용의 간절한 편지를 그에게 보냈다.

이 책은 명왕성과 제나가 왜 행성이 될 수 없는지를 학문적으로 설명하기보다 이와 관련한 저자의 고민과 감정, 삶에 집중했다. 누군가는 조용히 밤하늘을 응시할 때, 천문학자들은 새로운 별을 찾아내 이름을 붙이고 논문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다른 사람이 먼저 찾아낸 천체를 나중에 가로채는 ‘별 도둑질’도 벌어진다.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천문학자들의 세계는 우주만큼이나 흥미롭다.

인간이 우주에서 인식의 범위를 넓혀간 동력은 무언가 더 있을 것이라는 상상력 덕분이었다. 역설적으로 명왕성이 왜소행성으로 강등된 것 역시 ‘명왕성 너머에도 무언가 존재하리라’고 상상한 결과였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누구도 새로운 행성을 발견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할 때 나는 그것을 도전이라고 받아들인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명왕성#천문학자#브라운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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