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짜장면은 원래 고급 요리였다

김상운 기자 입력 2021-02-27 03:00수정 2021-02-27 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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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맛/정명섭 지음/288쪽·1만6000원·추수밭
‘임오군란과 짜장면’ 혹은 ‘박정희와 짜장면’. 짜장면과 별 관련이 없어 보이는 역사적 사건과 인물이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1882년 조선의 구식 군대가 일으킨 임오군란으로 수세에 몰린 명성황후 세력은 재집권한 흥선대원군에 맞서 중국 청나라를 끌어들인다.

인천 제물포로 들어온 위안스카이(袁世凱)의 청군은 대원군을 체포한 뒤 조선을 속방으로 만드는 조약을 강요한다. 당시 경제 이권 침탈을 위해 청은 상인과 노동자들을 대거 조선으로 보냈는데, 이때 이들이 가져온 중국 음식이 짜장면의 원형이랄 수 있는 ‘자장몐’이다. 한반도와 가까운 산둥성 음식인 자장몐은 밀가루 면에 춘장을 비벼 간단히 먹을 수 있는 값싼 음식이었다.

이 책은 한국의 대표 서민 음식인 짜장면, 김밥, 돈가스, 카레 등의 연원을 근현대사와 결부시켜 흥미롭게 보여주고 있다. 이들 음식의 공통점은 일제강점기에 수입돼 빠른 속도로 한국화된 ‘근대화’의 산물이라는 점이다. 저자는 여러 소설을 발표한 작가답게 일제강점기의 조선인 기자 캐릭터를 앞세운 이야기로 각 챕터를 시작한다. 이어 여기 등장하는 음식 등 주요 소재를 역사 자료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이제 박정희와 짜장면의 상관관계를 밝힐 때가 됐다. 일제강점기 ‘청요릿집’으로 불린 중국식당은 중요 행사들이 열리는 고급 식당이었다. 중국 화교들은 여러 명이 돈을 모아 공동 투자하는 방식으로 대형 요릿집을 열었다. 그런데 박정희 정권은 1962년 거액의 현금을 보유한 화교들을 겨냥해 화폐 개혁 조치를 실시한다. 이어 외국인의 토지 소유마저 금지시키자 경제적 타격을 입은 상당수 화교들이 미국이나 대만으로 이주하게 된다. 이에 따라 고급 청요릿집은 점차 동네의 소규모 중국집으로 쪼그라들었다. 고급 요리로 통하던 짜장면 등 중국 음식이 서민 요리로 탈바꿈한 계기다. 저자는 “짜장면은 음식의 역사가 정치권력과 맞닿아 있다는 사실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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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짜장면#고급 요리#한국인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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