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자본주의도 윤리적일 수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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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의 미래/폴 콜리어 지음·김홍식 옮김/383쪽·2만 원·까치

인생을 돌아봤을 때 가장 후회되는 선택은 어떤 것일까. “그때 그 집을 샀어야 했어” “주식을 팔지 않았어야 했는데” 같은 경제적 실수일까. 사회과학적 연구 결과는 사뭇 다르다. 사람들은 그런 실수를 자주 저지르지만, 정작 가슴에 응어리지는 후회는 욕망을 채우지 못한 실패가 아니라 오히려 의무나 도리를 다하지 못한 것이었다.

영국 옥스퍼드대 경제학과 교수인 저자는 사람이 경제활동을 하는 동기는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에서처럼 이익의 극대화라는 욕망에 좌지우지되지 않는다고 본다. ‘경제적 인간’을 완전히 이기적이고 무한한 탐욕을 가진 존재로 상정한 벤담과 밀도 틀렸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런 ‘사이코패스 인간형’이 공리주의적 경제이론의 초석이 돼버렸다.

저자는 ‘인간은 의리 공정 배려 존엄 등으로 구축된 호혜적(윤리적) 의무를 가진 존재’라는 도덕심리학자 조너선 화이트의 최신 연구 등을 바탕으로 경제적(합리적) 인간의 정의를 새로 내린다. 인간은 욕망보다 상호존중을 통해 효용을 얻는 존재라는 것. 이 때문에 ‘호혜적 의무’를 회복한다면 ‘윤리적 자본주의’는 결코 모순이 아니다.

현대 자본주의가 드러내는 빈곤과 경제 양극화, 공동체 붕괴와 분열 등을 보면 자본주의 체제의 지속 가능성에 의심을 품게 한다. 이 같은 문제의 배후에는 국가주의나 대안으로 다시 떠오르는 마르크스주의 같은 이데올로기와 사회 불안을 악용하는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 등이 도사리고 있다. 한때 대안으로 여겨진 사회민주주의도 공리주의 정책을 기계적으로 행사하는 불도저식 개발로 공동체의 삶을 위태롭게 만들었다고 본다.

이를 뛰어넘으려면 가족 단위부터 기업, 국가 차원에 이르기까지 호혜성의 원리에 바탕을 둔 윤리적 자본주의를 구축해야 한다고 책은 주장한다. 시민 스스로 ‘공유 정체성’을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 망가진 지방도시 재생을 위한 대도시 과세의 이론적 근거, 학력에 따라 고착화된 계급구조를 완화할 육아보조 실업급여 같은 정책방안 등도 논의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자본주의의 미래#폴 콜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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