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산 ‘시무7조’와 김수현 에세이의 공통점은?

민동용 기자 입력 2020-10-16 03:00수정 2020-10-1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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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짧게 SNS형 글 구성 유행
긴 문장도 독자들 호흡 고려해 중간중간 끊어 읽게 행갈이
문단은 왼쪽 정렬-충분한 여백
김수현의 에세이 글(왼쪽 사진)과 삼호어묵의 글은 형식적으로 빼닮았다. 문단은 왼쪽 정렬로 맞추고 한 문장을 네 번의 행갈이를 통해 단문의 리듬감을 살렸다. 행간도 널찍하다. 놀·이레퍼블리싱 제공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린 진인(塵人) 조은산의 ‘시무(時務) 7조’, 부동산 정책의 문제점을 짚은 삼호어묵의 ‘정부가 집값을 안 잡는 이유’, 10만 부 넘게 나간 김수현 작가의 에세이집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그리고 김봄 작가의 이낙연 전 국무총리 홍보 서적….

접점을 찾기 힘든 이들 글에는 공통점이 있다. 글의 구성 형식이 흡사하다는 것. 조은산, 삼호어묵의 글은 폐부를 찌르는 내용으로 공감을 샀다. 여기에 글 형식이 최근 유행하는 에세이 형태와 닮았다. 요즘 독자에게 더 쉽게 다가가는 방식으로 공감을 높이는 효과를 얻은 셈이다.

이 글들의 형식은 문단의 왼쪽 정렬, 잦은 행갈이, 열 줄 안팎의 한 문단, 문단과 문단 사이의 여백이 특징이다.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익숙한 30, 40대 여성 독자에게 특화된 양식(樣式)이다.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놀)의 임소연 책임편집자는 “5, 6년 전부터 블로그나 SNS에 단락, 단락 짧게 쓴 글이 유행했다. 책의 주 소비층인 30대 여성이 편하게 느끼는 형식”이라고 말했다. 한 줄에 글자 수가 많은 것을 선호하지 않는 요즘 독자가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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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 길이는 큰 변수가 아니다. 긴 문장이더라도 독자의 호흡을 고려해 중간중간 끊어 읽도록 행갈이를 한다. 한 문장을 두세 번 행을 바꾸는 일이 흔하다. 단문의 효과가 난다. 시처럼 운율감과 리듬감이 느껴지면서 읽는 맛이 생긴다. 조은산의 글이 시조나 고려가사 같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일본의 광고인이자 저술가인 히키타 요시아키는 최근 저서 ‘짧은 글을 씁니다’(가나)에서 “글은 내용이 아니라 리듬으로 읽게 해야 한다”고 했다.

문단과 문단을 멀찌감치 띄우는 것은 ‘함께 읽는다’는 독서 트렌드와도 맞물린다. 문단 사이든, 행간이든 공간이 많으면 좋은 문장을 사진 찍어 바로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편하다. 신동해 웅진지식하우스 단행본사업본부장은 “최근의 책 읽기는 취향 독서로 ‘나는 이런 책을 읽는 사람이야’라는 것을 주위에 알리며 사실상 같이 책을 읽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책의 한 페이지가 SNS의 한 화면처럼 보이기도 한다.

에세이는 1960∼80년대 김형석 이시형, 칼릴 지브란 등 삶에 대한 성찰을 다룬 글들이 인기를 끌다가 이후 위축됐다. 그러다 최근 자기 감성에 집중하며 일상을 말랑말랑하게 써내려간 에세이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이 같은 형식을 끌어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흐름은 정치인의 책에도 영향을 미친다. 최근 나온 ‘스스로에게 엄중한 남자 이낙연’(비타베아타)은 올 4월 총선 기간 김봄 작가가 이 전 총리를 동행 취재한 포토에세이다.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들이 자신을 알리기 위해 내는 여타 책과는 형식이 판이하다. 배소라 비타베아타 콘텐츠실장은 “에세이집 ‘좌파 고양이를 부탁해’의 김 작가가 총선 때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더 짧은 글을 요즘 에세이처럼 써보자고 기획했다”고 말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에세이#공통점#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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