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 위한 동화, 아이들이 청년 돼서야 다 썼네요”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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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회 前연세대 교육학과 교수
‘아리공주 이야기’ 성장동화 출간

“손주들을 위한 책 한 권을 쓰고 싶었는데, 이제야 꿈을 이뤘네요.”

외손주가 태어난 뒤 ‘성장동화’를 써주겠다고 결심한 할아버지가 있다. 정년퇴임을 하기 전까지는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쓰질 못했다. 은퇴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대유행을 하자 그는 집에 오래 머무는 시간 동안 다시 펜을 집어 들었다.

25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자택에서 만난 김인회 전 연세대 교육학과 교수(82·사진)는 최근 출간된 성장동화 ‘아리공주 이야기’를 내보이며 활짝 웃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상반기 약 두 달간을 꼬박 집에서 지내며 완성한 작품이다. 만년필로 꾹꾹 눌러쓴 원고가 200자 원고지 기준으로 1090장에 이른다. 손주들은 벌써 청년이 됐지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어린이들을 위해 작품을 썼다.

그는 민속문화에 조예가 깊은 교육학자로 유명하다. 주류의 시각에서 정리된 교육이론만으로는 인간의 삶과 배움을 이해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래서 그는 사회의 하중을 든든히 받치고 있는 수많은 민중의 삶과 민속문화를 연구하는 데에 50여 년을 쏟았다.

이번 작품은 버림받은 공주가 구원자로 등장하는 ‘바리공주 설화’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물론 이야기의 세부장치들은 모두 김 전 교수의 상상으로 만들었다. 그는 “한국식 성장동화에서 영감을 얻어 글을 쓰기 위해 그 유명한 ‘해리포터’ 시리즈도 일부러 읽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전 교수는 “책에는 내 손주들에게 주고 싶었던 메시지를 담았다”며 “가장 소외된 약자인 ‘어린 여자아이’가 씩씩하게 성장해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를 읽고 꿈과 용기를 얻길 바란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활동에 제약이 커지고, 학교마저 원격수업으로 바뀌어 ‘반쪽짜리’ 일상에 무력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그 기간을 묵묵히 견디며 인생의 숙원 사업이던 이야기책을 완성한 김 전 교수는 “교육의 본질은 소통을 통한 공감, 공생”이라며 “어려운 시국이지만 그 본질을 잊지 않고 공생하며 살아가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김인회#아리공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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