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와 화성’ 주제로 한 10인 작가 기획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29일 03시 00분


코멘트

‘셩: 판타스틱 시티’ 전

다양한 한글 서체를 개발한 타이포그래피 디자이너 안상수가 정조의 이름과 수원, 화성의 첫 글자에서 추출한 ‘ㅇ’, ‘ㅅ’, ‘ㅎ’을 배열한 작품.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제공
다양한 한글 서체를 개발한 타이포그래피 디자이너 안상수가 정조의 이름과 수원, 화성의 첫 글자에서 추출한 ‘ㅇ’, ‘ㅅ’, ‘ㅎ’을 배열한 작품.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제공
아버지 사도세자의 비극적인 죽음을 목격했고, 기득권 세력을 견제하며 개혁의 정당성을 입증해야만 했던 조선 시대의 왕. 정조(재위 1776∼1880년)를 주제로 예술 작품을 만든다면? 그의 개인적 삶에서부터 18세기 조선의 상황까지 무수한 이야기가 나올 것이다. 조선의 번영을 보여주는 상징과도 같은 ‘수원화성’ 또한 마찬가지다.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에서 11월 3일까지 열리는 ‘셩: 판타스틱 시티’는 정조와 수원화성이라는 거대한 두 가지 주제를 중심에 둔 기획전이다. 10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전시는 민정기와 서용선의 회화로 시작한다. 민 작가의 회화는 수원 도심의 현재 모습이나 역사의 기록을 재현한 풍경화다. 도심 풍경에는 과거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에 초점을 맞춰서 묘사했다.

전시장을 돌아 나오면 서용선의 ‘정조와 화성 축성’과 ‘화성 팔달문’이 보인다. 바닥에는 한옥을 지을 때 사용하는 주춧돌이 놓여 있다. 건축물이 있었던 흔적을 의미하는 주춧돌 앞에서, 정조가 지은 화성의 이면에 도사린 이야기를 더듬어 보는 재미가 있다. 11세 때 뒤주에 갇혀 죽은 아버지 사도세자를 임금(장조)으로 추대하고, 화성으로 왕릉을 모시려고 했던 ‘개인’ 정조의 복잡한 심정이 그림에 녹아 있다.

타이포그래피 디자이너 안상수는 정조의 이름과 수원, 화성에서 글자를 추출해 만든 문자도를 선보인다. 사진가 김경태는 수원화성의 군사시설물 ‘서북공심돈’을 포커스 스태킹 기법으로 촬영한 작품을 내놨다. 포커스 스태킹은 기존 사진의 심도를 벗어나 모든 영역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건축의 견고함이 강조된다. 이 밖에 참여 작가 김도희 김성배 나현 박근용 이이남 최선이 화성과 정조를 주제로 신작을 내놨다.

주제가 워낙 방대해 전시의 맥락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정조’와 ‘화성’은 박물관이나 대중 매체에서 수차례 다뤘던 주제인 만큼, 구체적 방향성이 제시됐더라면 관람객의 이해도 돕고 신선함도 줄 수 있었을 것 같다. 연계·도슨트 프로그램이 빈자리를 메우길 기대한다.

수원=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정조와 화성#한글 서체#디자이너 안상수#사도세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