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도난, 밀거래… 다빈치 작품 둘러싼 검은 욕망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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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다빈치 : 그와 함께한 50년/마틴 켐프 지음·이상미 옮김/442쪽·2만4800원·지에이북스

불과 1만 달러(약 1170만 원)에 구입한 그림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것으로 밝혀진다면?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바로 2017년 미국 크리스티 경매에서 4억5030만 달러(약 5268억5100만 원)에 낙찰된 ‘살바토르 문디’다. 다빈치를 평생 연구한 권위 있는 학자인 저자는 이 작품의 진위를 판단하는 과정에 참여했다. 그의 눈을 통해 다빈치를 둘러싼 여러 뒷이야기들이 속속 밝혀진다.

2003년에는 영국 스코틀랜드의 버클루 공작이 소장하던 ‘성모와 실패’ 도난 사건도 있었다. 관광객으로 위장한 도둑들은 도끼로 안전장치를 제거하고 그림을 떼어내 폭스바겐 골프를 타고 순식간에 달아난다. 도난 직후 전화를 받은 저자는 경찰의 수사에 협조하며 그림 환수를 돕는다.

결국 4년 뒤, 극비리에 신고를 받은 경찰은 밀거래 현장에서 그림을 되찾는다. 그러나 범인의 행방은 묘연하다. ‘다빈치 진품’으로 한몫 챙기려던 중개인들은 법의 허점을 이용해 처벌받지 않고 도리어 경찰을 맞고소한다. 오랜 시간이 지나 저자는 이 사건을 회고하며 아직도 법을 이해할 수 없다며 ‘절도와 강도 전문’임에도 사건을 멋지게 해결한 스코틀랜드 경찰의 노고를 높이 산다.

다빈치의 주변에는 천재 예술가에 대한 존경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 가치 뒤에 돈을 향한 탐욕이 언제나 도사리고 있다. 저자는 이를 ‘레오나르도 다빈치 산업’이라고 정의한다. 여기에는 ‘살바토르 문디’ 같은 ‘잭팟’을 노리는 수집가는 물론이고 그림 속 미스터리를 좇는 아마추어 음모론자도 있다.

책에서 돋보이는 건 이런 ‘다빈치 산업’의 잘못된 상업성을 경계하는 학자의 태도다. 저자뿐 아니라 내셔널갤러리 같은 미술관은 전시하거나 연구하는 작품이 미술시장에 매물로 나올 가능성을 늘 경계한다. 그들 같은 권위 있는 기관과 학자의 전시와 저술은 누군가의 사익과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공공의 이익을 위해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레오나르도 다빈치 : 그와 함께한 50년#마틴 켐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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