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으로 AI스피커 만드는 세상, 이미 와 있죠”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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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잡지 ‘메이커스’ 이동현 편집팀장

‘메이커스’의 이동현 편집팀장은 “기업은 소비자가 제품을 분해해 보는 걸 안 좋아하지만 해외의 ‘메이커’ 활동가들은 ‘분해할 
권리’를 주장한다”며 “뭔가를 만들기 위해 무슨 공부가 필요한지 알아보기 시작했다면 당신도 이미 메이커의 길로 들어선 것”이라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메이커스’의 이동현 편집팀장은 “기업은 소비자가 제품을 분해해 보는 걸 안 좋아하지만 해외의 ‘메이커’ 활동가들은 ‘분해할 권리’를 주장한다”며 “뭔가를 만들기 위해 무슨 공부가 필요한지 알아보기 시작했다면 당신도 이미 메이커의 길로 들어선 것”이라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공장에서 대량으로 물건을 찍어내고 이를 대량 소비하는 시대는 저물고 있습니다. 이제 ‘메이커’(제품을 직접 만들고 개발하는 이)들의 시대가 올 거예요.”

지난해 창간된 만들기 키트 중심의 과학 잡지 ‘메이커스’(동아시아) 책임편집자 이동현 팀장(37)이 말했다. 메이커스는 1, 2호에서 미니 플라네타륨(별자리 투영기)과 이안 반사식 카메라를 독자가 만들어보는 키트를 배송하더니 3호인 최근호에서는 ‘무려’ 인공지능(AI) 스피커를 내놨다. 최근 서울 중구 소파로 사무실에서 만난 이 팀장은 ‘메이커’들이 각종 물건을 직접 만들어 쓰고, 개발한 제품을 사업화하는 문화가 국내에도 생기고 있다고 했다.

“메이커들은 라면 수프를 뜯어서 털어주는 로봇을 만들기도 하고, 3차원(3D) 프린터로 장난감 전자레인지를 딸에게 만들어 주기도 합니다. 메이커들의 1차적인 동기는 재미죠. 하지만 이런 흐름이 모여 산업 구조의 변화가 일어날 거라고 봅니다.”

이 팀장은 잡지 메이커스가 이런 분위기에 발맞춰 “과학은 손으로 하는 것”을 표방하며 창간됐다고 설명했다. 일본에는 이 같은 ‘키트 잡지’가 활성화돼 있지만 국내에는 거의 없다. 메이커스 1, 2호는 일본의 키트 잡지 ‘어른의 과학’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일본의 키트를 들여왔다. 이번 AI 스피커 키트는 KT와 협업해 처음으로 국내에서 기획해 만들었다.

잡지와 동봉된 박스를 열면 초소형 컴퓨터인 ‘라즈베리파이’와 음성인식 보드(보이스키트), 마이크, 스피커, SD카드 등이 들어 있다. 설명서를 따르면 조립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다. 다운로드한 운영체제(OS)와 예제 프로그램 코드를 가동하면 KT의 ‘기가지니’와 동일한 음성인식 AI로 연결돼 일반 AI스피커와 마찬가지로 작동한다. 홈페이지에 공개된 코드를 입력하면 음성 명령을 통해 레고로 만든 자동차를 제어할 수도 있다. 코딩을 공부하면 무궁무진한 활용이 가능하다.

이 팀장은 “KT의 음성인식 기술을 활용해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려는 스타트업 기업과 전문 개발자들도 이번 키트를 많이 찾고 있다”며 “음성인식 기술이 생활을 크게 바꿀 것으로 전망되는데, 완성품을 사서 쓰기보다 직접 제품을 만들어보면서 변화에 앞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메이커스는 드론이나 3D프린터를 만들 수 있는 키트를 향후 아이템으로 준비하고 있다. 이 팀장은 포스텍을 졸업하고 철강 제조 기업에서 일하다가 수년 전 출판 편집자로 전직했다. “제가 과학책을 많이 좋아했거든요. 대학 시절 일본 잡지 ‘어른의 과학’을 보고, 우리도 이런 잡지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제가 그런 잡지를 만들게 됐네요. ‘덕업일치’(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다는 신조어)인 셈이죠.”

이 팀장은 한국인도 일본인 이상으로 특이한 물건을 좋아하는 성향이 있다고 말한다.

“계기가 없어서 그렇지, 한번 뭔가를 만들어보고 ‘손맛’을 느끼면 계속하게 될 겁니다. 뭔가를 만들고 싶지만 무엇부터 해야 할지 잘 모르는 초심자를 위한 안내자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메이커스#이동현 팀장#메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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