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볕처럼 따사롭다, 더 깊어진 섬 노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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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크가수 강아솔 3집 ‘사랑의 시절’
4년만의 앨범, 외로운 일상 위로… “양희은 1991 같은 작품 내고싶다”

‘나 그대 대단치 않아도 사랑할 수 있다오’(‘그대에게’ 중). 포크 가수 강아솔의 노래는 지난해 한 라디오에서 종현의 추모곡으로 쓰였다. 신작에도 위로의 노래가 담겼다. ‘그래도 우리/힘껏 서로를/사랑해줄래’(‘그래도 우리’ 중). 일렉트릭뮤즈 제공
‘나 그대 대단치 않아도 사랑할 수 있다오’(‘그대에게’ 중). 포크 가수 강아솔의 노래는 지난해 한 라디오에서 종현의 추모곡으로 쓰였다. 신작에도 위로의 노래가 담겼다. ‘그래도 우리/힘껏 서로를/사랑해줄래’(‘그래도 우리’ 중). 일렉트릭뮤즈 제공
‘ㅅ…ㅓ…ㅁ’

서서히 발음된 첫 음절. 날카로운 ‘ㅅ’이 귓가를 벤 뒤 묵직한 돌처럼 ‘ㅁ’에 닿아 마음에 멎는다. 음반에서 처음 나오는 사람 목소리, 그것이 슬로비디오 같은 ‘섬…’이다.

‘섬…/나는 섬에 있네/아무도 찾지 못하는 섬…사나운 파도에 휩쓸려 온 이곳엔/누구도 모르는 내가 있네’(‘섬’ 중)

포크 가수 강아솔의 3집 ‘사랑의 시절’. 하나의 음절 뒤로 딸려 나오는 10곡, 38분간의 언어와 노래는 외로운 현대인의 일상을 시(詩)처럼 깎고 쪼아 바위섬으로 만들어 파도치는 해변에 세워둔다. 거대한 붓으로 그린 듯 담백하나 묵직한 음반이다.

강아솔은 제주 제주시에서 나고 자랐다. 어릴 때 오케스트라 바이올린 주자로 활동했다. 클래식 기타 하나 들고 상경했다. 재수할 때 홧김에 산 그 기타로 루시드폴의 ‘오! 사랑’을 따라 치며 노래했다. “듀오 ‘어떤날’을 알게 되고 조동익의 ‘동경’, 양희은의 ‘양희은 1991’을 좋아하게 됐어요.”

성신여대 유아교육과에 입학했다. 모의 수업에 쓰기 위해 동요를 지었다. 그때 지은 ‘빛과 그림자’는 누리교육과정 동요곡집에도 수록됐다. 원래 꿈은 클래식 작곡가였지만 기타와 노래가 좋았다. 2012년 1집 ‘당신이 놓고 왔던 짧은 기억’부터 음악계의 주목을 받았다.

‘사라오름’ ‘엄마’ 같은 곡이 알려진 2집 ‘정직한 마음’(2013년) 이후 4년여 만. 최근 나온 3집 ‘사랑의 시절’에 대해 강아솔은 “채도가 낮은 앨범 디자인만큼, 성숙해진 모습을 담았다”고 했다. 지난 앨범들에서 아가페적 사랑과 우정을 주로 노래해 ‘바티칸 강아솔’이란 별칭도 얻었다고. “이번엔 에로스도 넣었다”며 그가 웃는다. “사랑이 단지 낭만은 아님을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하는 느낌이랄까요?”

지금은 서울에 살지만 강아솔의 어린 시절을 수놓은 제주도의 정경은 여전히 있다. ‘연홍’에서는 ‘제일 고운 옷 꺼내 입고 (제주시) 전농로 벚꽃 거리로’ 산책을 나간다. ‘탑동의 밤’은 제주시 탑동에서 만난 옛사랑의 기억이다.(‘오랜만에 찾은 고향의 밤바다…한치잡이 배의 등불/고요히 빛나는 밤별 같지 않니/참 아름답다’)

강아솔은 2집 이후 4년간 “고작 열서너 곡을 썼다”고 했다. 처음 떠오른 인상에 집중하며 말과 노래를 끝없이 조탁하는 게 강아솔의 작업 방식이기 때문이다.

악기 쓰임은 더 풍성해졌다. “전기기타, 드럼, 신시사이저 소리도 좀 더 본격적으로 넣어봤죠.” ‘탑동의 밤’ ‘안부인사’에서는 호른의 음색이 따사롭게 악곡을 비춘다. 서울시향 연주자 세르게이 아키모프의 솜씨다.

‘섬…아무도 닿지 못하는 섬…’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해 쩔쩔맨 강아솔은 끝내 이렇게 ‘사랑의 시절’을 완성했다. 아직은 강아솔을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 “언젠가는 ‘양희은 1991’ 같은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내는 게 목표예요. 그리고 동요집도 하나 꼭 내보고 싶어요.”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포크 가수 강아솔#3집 사랑의 시절#양희은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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