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받고 파는 서점 진열대… ‘명당’은 한달에 수백만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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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들 매달리거나 포기하거나
“저자 관리차원, 부담돼도 진행”… “온라인-다른 이벤트로 눈돌려”

“손님! 뭐하시는 거죠?”

최근 서울 서초구의 한 대형 서점 도서진열대 앞에서 안내직원과 한 여성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그 여성이 베스트셀러 진열대에 놓인 책 한 권을 슬쩍 내리고 다른 책을 올려놓으려 한 것이다.

자신을 제지한 직원에게 여성은 “내 아들이 쓴 책인데 좀 잘 보이는 자리에 놓고 싶었다. 그러면 안 되는 줄 몰랐다”고 말했다. 해당 서점 관계자는 “간곡히 사과해 더 크게 문제 삼지는 않았다”고 했다.

올해 출간된 한 에세이집 저자는 대형 서점에 매일 나타나 자신의 책 진열 상태를 확인하고 독자와 사진을 찍거나 정성껏 사인을 해 주는 등 열정적인 스킨십 마케팅을 벌여 화제가 됐다. 모바일 시대에도 서점 진열대의 ‘자리 경쟁’이 여전히 치열한 것.

이런 상황에서 신간을 낼 때마다 서점 진열대에 책을 노출시켜야 하는 출판사의 고충은 상당하다.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는 “결국 돈 문제다. 중규모 이상 서점이면 대개 진열대마다 ‘자릿값’을 받는다. 사람들 눈에 잘 띄는 정도에 따라 위치별로 한 달 기준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으로 가격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출판사로서는 판매수익 일부를 서점에 주는 것에 더해 책 진열 자릿값을 달마다 광고비 명목으로 내야 하는 것이다. 서점 구매담당 팀이 매월 진열대 자릿값을 이메일로 제안한 뒤 지불을 수락한 책을 정리해 내놓는 방식이다. 한 출판사 마케팅 담당자는 “비용 지출이 부담스럽지만 저자와의 관계를 생각하면 자릿값 제안을 외면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서점의 영업 방침을 아예 무시하는 출판사도 있다. 김홍민 북스피어 대표는 “처음엔 서점 구매팀을 찾아가서 인사하고 부탁도 해봤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돈 문제라는 걸 알고는 그냥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페이스북이나 다른 이벤트로 책을 알려서 온라인으로 잘 팔면 오프라인 서점도 외면하기 어려울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오프라인 대형 서점이 방문객을 위한 독서 공간이나 문구점 매장 등을 늘리면서 책 진열대가 줄어들어 출판사 간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점 내부에도 출판업계의 반발을 고려해 광고비를 받는 진열대 비중을 점차적으로 줄이려는 움직임이 있다. 교보문고 광화문점 구매팀 관계자는 “광고비를 받는 공간은 진열대 일부이지 전체가 아니다. 미디어나 온라인 서점에서 만나기 어려운 소규모 출판사의 신간을 따로 모아 광고와 무관하게 소개하는 등 나름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서점 진열대#도서진열대 명당자리#서점 진열대의 자리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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