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현갑 교수 “절망 이겨내는 법 공유하고 싶었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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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딸 잃은 고통 이긴 장현갑교수, ‘심리학자의 인생 실험실’ 책 펴내

명상의 과학적 효과를 연구해 온 장현갑 영남대 명예교수는 “최근 정신건강의학에서 치료 수단으로 쓰거나 대기업 교육 등에 적극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장현갑 교수 제공
명상의 과학적 효과를 연구해 온 장현갑 영남대 명예교수는 “최근 정신건강의학에서 치료 수단으로 쓰거나 대기업 교육 등에 적극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장현갑 교수 제공
미국 체류 중이던 1997년, 방학을 맞아 놀러 온 가족들과 애리조나주를 여행하다 당한 불의의 교통사고로 아내와 딸을 함께 하늘로 떠나보냈다. 아내를 원망하고 운전하던 사람을 원망했지만 돌이킬 수 없었다. 그는 전공하던 심리학을 자신에게 적용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밝게 웃는 법을 잘 알고 있다. 그런 자신의 ‘노하우’를 담은 ‘심리학자의 인생 실험실’을 펴냈다. 심리학계의 큰 어르신인 장현갑 영남대 명예교수(75)가 그 주인공이다.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졌을 때 마음을 다잡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법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아픈 경험을 글로 쓰면서 힘들지 않았냐는 질문에 장 교수는 “가슴속에 있는 걸 털어놓는 게 쉬운 일은 아니어서 원고를 쓰는 데만 1년 정도 걸렸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런 아픔이나 치부는 오히려 드러내고 표현하는 게 정신건강에 좋습니다. 심리 치료라는 것이 사실은 억눌린 감정을 누군가에게 드러내는 과정이니까요.”

트라우마로 고통받던 시절 장 교수가 택한 해법은 명상이었다. 명상의 과학적 효과를 연구하는 등 심리학자로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던 분야였다.

“1993년 영남대에서 학생처장을 지내면서 크게 스트레스를 받아 명상에 관련된 책을 탐독하고 번역하는 일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4년 후 사고가 나면서 그 책의 첫 적용 사례가 저 자신이 된 거죠.”

심호흡을 하고 마음을 비우면서 장 교수는 “원망이나 헛된 욕심은 버리자”, “내가 하고 싶은 걸 하자”는 생각들을 했다고 한다. 사고로 으스러진 다리뼈를 치료하는 재활 훈련도 잘 이겨냈다.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연구에 전념할 수 있게 된 장 교수가 낸 성과는 눈부시다. 각종 국제인명사전에 이름을 올렸고 가톨릭대 의대에서 ‘의사 아닌 교수’로 강단에 섰다. 그의 강의 내용은 가톨릭성모병원에서 실제 환자를 치료할 때 활용되기도 했다.

명상은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라고 말하는 장 교수는 최근 ‘혐오’나 ‘헬조선’ 등의 단어로 대변되는 한국의 삭막한 사회 분위기도 조금은 보듬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음을 차분히 하면 거친 행동이나 생각이 줄어듭니다. 나를 돌아보게 되면 절제를 할 수 있게 됩니다. 교육과 사회 제도가 함께 변해야 하겠지만 한 명 한 명의 부정적인 마음은 심리학적으로 낮출 수 있습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장현갑#심리학자의 인생 실험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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