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하늘까지, 인간, ‘신들의 산’에 안기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10월 2일 05시 45분


푼힐전망대에서 바라본 히말라야 전경. 사진|동아일보 DB
푼힐전망대에서 바라본 히말라야 전경. 사진|동아일보 DB
예전 히말라야는 일반인이 범접하기 힘든, 고산준봉을 누비는 엄홍길 같은 전문 산악인들만 갈 수 있는 곳으로 여겨졌다. 웅장함을 넘어 신비로움과 경외감마저 느끼게 하는 산세는 TV 속 여행다큐를 통해 보는 것이지, 맨눈으로 접하는 것은 아예 기대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히말라야는 천외천(天外天)의 신비한 영역에서 내려온 지 오래다. 평소 등산이나 트레킹을 꾸준히 즐겨온 사람이라면 누구든 도전할 수 있는 현실의 세계가 됐다. 바쁜 일상에서 과감히 벗어나 10여일의 여유를 마련할 용기, 그리고 다양한 원시 자연의 신비를 담아올 넉넉한 마음의 여유만 있다면 인생의 ‘버킷 리스트’를 실현할 수 있다.

●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트레킹 인기코스 동시 체험

이번 ‘안나푸르나 트레킹’은 11월17일 금요일 출발해 11월26일 일요일 돌아오는 9박10일 여정이다. 무엇보다 트레킹 마니아를 위한 맞춤형 상품이라는 점이 매력이다.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트레킹은 여러 코스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ABC)를 다녀오는 ‘베이스캠프 트레킹’, 안나푸르나를 한 바퀴 도는 ‘라운드 트레킹’, 신비의 은둔왕국 무스탕을 다녀오는 ‘무스탕 트레킹’ 등 세 코스가 대표적이다.

‘안나푸르나 트레킹’은 세 코스의 하이라이트를 연결해 한번에 히말라야 트레킹 진수를 경험할 수 있다.

최고 3800m 높이까지 가기 때문에 아무래도 평소 산행을 즐겨 어느 정도 경험과 기초체력이 있는 트레킹 애호가들에게 알맞은 상품이다. 하지만 트레킹 경험이 많지 않더라도 풍부한 경험의 현지 가이드와 인솔자가 동행하기 때문에 그들의 지시에 따라 컨디션을 조절하면 완주가 어렵지 않다.

● 푼힐전망대 일출, 타토파니 온천, ‘구원의 땅’ 묵티나트

첫날은 인천국제공항서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 트리뷰만 공항까지 국적기(대한항공) 직항편을 타고 이동한다.

카트만두까지는 약 7시간40분. 카트만두 시내에서 1박을 한 뒤 다음날 네팔 국내선을 타고 포카라(820m)로 이동한다. 히말라야 만년설이 녹은 물로 형성된 페와호수가 있는 포카라에서 트레킹의 본 여정을 시작한다. 포카라-나야풀(1070m)-시와이까지 차량으로 이동, 이후 시와이에서 간드록(1940m)까지 3시간, 반탄티(3180m)에서 타다파니(2630m)까지 3시간 등 총 6시간의 트레킹을 실시하고 현지 롯지에서 숙박한다.

투어 3일차는 푼힐전망대가 있는 고라파니까지 7시간 여정이다. 타다파니를 출발해 고라파니(2860m)까지 가는데 아름다운 경치의 능선길이 사랑 받는 코스다.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인 푼힐전망대(3193m) 일출 조망은 투어4일차에 있다.

새벽4시 쯤 일어나 1시간30분을 올라가면 안나푸르나부터 다울라기리, 마차푸차레, 투쿠체, 닐리기연봉 등 6000∼7000m대의 하늘을 떠받치는 고산들 사이로 일출이 펼쳐지는 장관을 만나게 된다.

다음날에는 고라파니에서 시카(1935m)를 거쳐 노상온천으로 유명한 타토파니(1190m)까지 이동해 히말라야 정취 가득한 소박한 온천에서 트레킹의 피로를 푼다. 5일부터 7일까지는 여정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 무스탕 왕국의 초입에 있는 좀솜(2720m)과 묵티나트(3760m)를 방문하는 코스다. 무스탕 오이국으로 가는 관문인 묵티나트는 전체 여정 중 가장 높은 고도에 있다. 힌두교, 불교의 성지로 현지인들이 신성시하는 곳이다.

여행의 후반부인 8일과 9일은 포카라와 카트만두를 돌아보는 일정으로 포카라 페와호수의 보트타기, 데빗폭포, 카트만두 시내 타멜시장과 쿠마리 하우스, 몽키템플, 전통 릭샤체험 등 트레킹 여행과는 다른 분위기의 프로그램이 기다리고 있다.

안나푸르나 트레킹은 아찔한 스릴과 박력을 기대하는 사람들과는 맞지 않다. 자연과 ‘물아일체’의 자세로 천천히 걸으며 스스로를 돌아보는 여정이다. 때론 보는 이를 압도하는 박력 넘치는 고산준봉의 자태를 만나고, 다른 날은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때묻지 않은 청정원시림, 그리고 그 속에서 욕심내지 않고 대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소박하고 정겨운 삶을 만날 수 있는 것이 매력이다.
안나푸르나 트레킹은 아찔한 스릴과 박력을 기대하는 사람들과는 맞지 않다. 자연과 ‘물아일체’의 자세로 천천히 걸으며 스스로를 돌아보는 여정이다. 때론 보는 이를 압도하는 박력 넘치는 고산준봉의 자태를 만나고, 다른 날은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때묻지 않은 청정원시림, 그리고 그 속에서 욕심내지 않고 대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소박하고 정겨운 삶을 만날 수 있는 것이 매력이다.
● 트레킹(trekking)이란?

남아프리카 원주민이 달구지를 타고 집단 이주한데서 유래한 것으로 등반과 하이킹의 중간 형태를 말한다.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장거리 야영여행을 하는 백패킹(back packing)과 구별한다. 하루 이동거리는 보통 15∼20 km이다. 산 높이를 기준으로 5000m 이상은 등반, 그 이하는 트레킹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평지서는 1시간 걷고 5∼10분 휴식, 산행시는 20분 걷고 5분 휴식하는 것이 좋다.

● 히말라야 트레킹 주의사항

기후변화가 심하고 일교차가 큰 히말라야는 특히 고산지대 온도가 저지대보다 크게 낮다. 해발 100m당 0.65도씩 떨어져 해발 4130m의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는 850m인 포카라에 비해 21.45도나 낮다. 우선 가볍고 따뜻한 긴팔 셔츠와 바지 등 동계용 의류를 챙긴다. 햇살이 강렬해 햇빛가리개용 모자, 선글라스, 입술 크림과 선블록 크림도 필수품이다. 신발은 트레킹 산길의 상태가 아주 다양하므로 발목을 보호하는 등산화가 좋다.

숙소인 롯지는 별도의 난방시설이 없기 때문에 반드시 다운 함량이 높은 동계용 침낭을 가져가야 한다. 또한 일회용 손난로, 보온병도 준비해야 한다.

해발 3000∼3700m를 트레킹하다 보면 어느 순간 몸이 가볍고 힘이 솟구치는 듯한 느낌이 온다. 이때 많은 초보자들이 걷는 속도를 높이며 페이스를 높였다가 고소 적응에 실패해 고산병에 걸린다. 이를 ‘고산병 함정’이라고 한다. 3000m대에서 이런 증상이 느껴지면 고소적응 지역이라고 여겨 걷는 속도를 줄여야 한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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