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나이 들어감’은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과정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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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은 분명 여러 가지를 경험하는 일이지만 경험을 통해 현명해진다기보다 경험함으로써 ‘자제하지 않아도 무탈 하다’는 사실을 알아가는 일일지도 모른다. ―무심하게 산다(가쿠타 미쓰요·북라이프·2017년) 》
 

누구나 나이가 들어간다. 그것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나이 들어감’을 거스르는 게 미덕인 양 생각하는 분위기가 만연하다. 동안(童顔)을 향한 동경은 안티 에이징을 강조한 뷰티 제품과 주름을 펴주는 각종 시술까지 익숙하게 만들었다. 젊음이 곧 아름다움이라는 생각 때문에 지나가는 세월을 어떻게든 붙잡는 것이 최선이 됐다.

아무리 그렇다 한들 나이 드는 것을 어찌 막을 수 있을까. 중년의 걱정은 난데없는 몸의 변화로부터 시작한다.

저자는 손을 흔들다 허리를 삐끗하고 계단을 내려가다 한쪽 다리가 미끄러진 경험을 꺼내놓는다. 언제가 될지 모르는 폐경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집중력이 떨어져 현저히 줄어든 책 읽는 속도 등에 맞닥뜨리지만 다른 사람에게 말하기는 어려운 내면을 담담히 얘기한다.

이런 변화에 대해 가쿠다는 “실제로 겪어 보니 조금은 재밌게 느껴졌다”고 한다. 변화하면서 새로운 내가 된 것처럼 느낀다는 이유에서다. 지금의 자신이 예전보다 못한 존재가 아니라 단순히 새로운 존재라고 생각하라는 의미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처럼.

삶에 대한 저자의 통찰력도 엿볼 수 있다. 나이가 들면 사람이 둥글둥글해진다는 소리가 어쩌면 틀렸을 수도 있다는 대목이 그렇다.

“사람은 나이가 든다 해서 반드시 더 나아지지만은 않는다. 장점보다 단점이 갈수록 더해가는 느낌도 든다.”

그런 이유로 사람들은 자신의 단점을 감추려 부단히 애쓴다. 결점은 잘 감춰지지 않지만 말이다. 저자는 말한다. 결점을 없애려 들기보다 미워할 수 없는 사람이 되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조금은 느슨해져 보라는 거다.

저자는 “자신에게 찾아온 변화에 아연실색하거나 무심히 지나치기도 하면서 나를 담는 그릇인 몸과 더불어 앞으로 나아가라”고 조언한다. 40, 50대에겐 “나이 드는 게 이런 거구나” 하는 안도를 주고 20, 30대에겐 아버지와 어머니를 이해할 지침이 돼 주는 구절이다.

박은서 기자 clue@donga.com
#무심하게 산다#가쿠타 미쓰요#북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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