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직장인으로 살며 틈틈이 시도한 망상 모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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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소설 ‘망상,어’ 펴낸 김솔 작가

김솔 작가는 “직장에선 아직 내가 소설가라는 걸 모르는 동료가 많다”면서 “오히려 소설이 생계가 된다면 자유롭게 쓰기 힘들 것 같아 지금 내 상태가 좋다”고 말했다. 김솔 작가 제공
김솔 작가는 “직장에선 아직 내가 소설가라는 걸 모르는 동료가 많다”면서 “오히려 소설이 생계가 된다면 자유롭게 쓰기 힘들 것 같아 지금 내 상태가 좋다”고 말했다. 김솔 작가 제공
“새벽 3시에 일어나 글을 씁니다. 딱 출근 전까지만요.”

36편의 짧은 소설 모음집 ‘망상,어(語)’를 펴낸 소설가 김솔(45)은 작가치곤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기계공학을 전공한 그는 현재 국내 대기업에서 중장비 수리를 컨설팅해 주는 일을 한다. “굴착기 같은 중장비가 고장 나면 고칠 방법과 작동 원리 등을 알려주는 일을 합니다. 정해진 답이 있는 일이죠. 그래서 정반대 성격의 소설 쓰는 일이 제겐 즐거운 취미예요. 두 개의 세계가 서로 관여하지 않는….”

회사 점심시간을 쪼개 최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그는 “회사원이다 보니 진득하게 앉아 글을 쓸 시간이 없다. 그러다 보니 번뜩 떠오른 소재를 토대로 짧은 단편을 쓰게 됐다”고 전했다. 작가는 201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서 단편 ‘내기의 목적’이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뒤 제3회 문지문학상, 제22회 김준성문학상, 제7회 젊은 작가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았다.

이번 책엔 그가 10여 년간 직장생활을 하며 틈틈이 써 둔 5장 안팎의 단편들을 모아 담았다. 출퇴근길 읽은 뉴스나 소설책, 혹은 직장 동료들과 나눈 이야기에서 소재를 얻었고 이를 토대로 마음껏 ‘망상’을 펼쳐 글을 지었다. 휴대전화 환청과 진동을 착각하는 이들이 늘었다는 기사를 읽고선 ‘환각지통(幻覺肢痛)’을, 봉급으로 병아리를 받은 우즈베키스탄 공무원들을 소개한 해외 토픽을 보고선 ‘병아리’를 썼다.

그의 글은 시간과 공간, 국적, 성별 등이 뒤섞인 듯 몽롱해 ‘글로벌 이야기꾼’(신수정 문학평론가)이란 평가를 받아왔다.

“4년간 벨기에 주재원으로 근무하면서 보고 느낀 것들이 글에도 많이 녹아 있는 것 같아요. 일부러 주인공으로 외국인을 주로 등장시키는 것도요. 한국 사람이 한국 얘기를 하면 오히려 틀에 갇히고, 독자도 편견이 생기기도 하거든요.”

문학 전공자가 아닌 작가답게 “책을 읽고 쓰는 것 자체가 거창한 일이 아닌 데다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는 시대”라고 강조했다. “책을 첫 페이지부터 끝까지 읽어야 한다는 것, 분량이 길다고 무조건 문학성이 있는 글이란 건 편견 같아요. 짧아도 독자의 마음에 오래 남는 글이 있잖아요.”

그간 단편을 주로 써온 작가이지만 앞으로는 장편도 여러 편 선보일 계획이다. “문예지에 연재 중인 ‘마카로니 프로젝트’는 봄에 책으로 나올 예정입니다. 장편 두 개는 이미 출판사에 원고를 넘긴 상태고요. 뒤늦게 소설의 매력에 빠진 사람이지만, 그만큼 더 치열하게 읽고 쓴 글로 독자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김솔#환각지통#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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