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동리-목월문학상 소설 이순원-시 문인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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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 “서로 서로가 불화하는 세상 따뜻한 삶의 그리움 전할터”
동리문학상 이순원

《소설가 이순원 씨(59)가 제19회 동리문학상 수상자, 시인 문인수 씨(71)가 제9회 목월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수상작은 이 씨의 장편 ‘삿포로의 여인’과 문 씨의 시집 ‘나는 지금 이곳이 아니다’이다. 동리·목월문학상은 경북 경주 출신인 소설가 김동리(1913∼1995)와 시인 박목월(1916∼1978)을 기리기 위해 경주시와 동리·목월기념사업회가 제정했다. 경주시와 경북도, 한국수력원자력㈜이 공동 주최하고 있다. 상금은 각 7000만 원. 시상식은 12월 2일 더케이호텔 경주에서 열린다.》
 
소설 ‘삿포로의 여인’을 통해 “진행형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추억할 때 더 아름다워지는 사랑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는 이순원 씨. 동아일보DB
소설 ‘삿포로의 여인’을 통해 “진행형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추억할 때 더 아름다워지는 사랑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는 이순원 씨. 동아일보DB
 동리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소설가 이순원 씨는 대관령 인근에 있었다. 대관령을 지키는 나무들을 보면서 그는 “내가 쓴 글에 몸을 바치는 저 나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글을 쓰겠다”고 약속했다고 했다.

 ‘나무’는 수상작 ‘삿포로의 여인’을 쓰게 된 직접적인 동기다. 그는 수년 전 삿포로에 여행 갔다가 마가목이 가로수로 심어져 있는 것을 봤다. 마가목은 이 씨가 젊은 시절 대관령의 깊은 산속에서 보았던 나무였다. ‘대관령에서 태어난 사람이 삿포로에 와서 살아도 이 나무 때문에 외롭지 않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작가가 ‘삿포로의 여인’에 등장하는 모녀 사카이 레이와 연희를 삿포로와 대관령을 오가며 머물도록 한 이유이기도 했다.

 ‘삿포로의 여인’에는 스키선수 유강표와 일본 여성 사카이 레이의 사랑, 두 사람의 딸인 연희와 신문기자 박주호의 사랑이 대관령과 삿포로를 무대로 펼쳐진다. 국경을 넘나드는 유강표와 사카이 레이의 사랑은 처절할 정도로 강렬하며, 청춘의 시기에 만난 박주호와 연희의 사랑은 애틋하고 순수하다. 박주호가 ‘동아일보’ 기자로 설정된 것도 눈길을 끈다. “일제강점기에 처음 스키단체(1930년 조선스키구락부 창설)가 만들어졌을 때 동아일보 이길용 기자가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이 단체 이사로 참가했고 베를린 올림픽 때 손기정 선수의 사진에서 일장기를 지우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분이기 때문”이라고 이 씨는 의의를 밝혔다.

 작가는 소설에 대해 “겨울눈처럼 무겁고 운명적이며 봄눈처럼 빨리 사라지는 애틋한 사랑 이야기”라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 사람과 시대 간 불화하는 세상임에도 ‘따뜻한 삶에 대한 그리움’을 늘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문인수 “마지막이라 여긴 시집인데 賞 받으니 詩心 다시 활활”▼
 
목월문학상 문인수

 

“시를 생산하는 동력은 시를 향한 욕심에서 나온다.” 문인수 씨는 “‘욕심’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그만큼 시의 화력이 세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동아일보DB
“시를 생산하는 동력은 시를 향한 욕심에서 나온다.” 문인수 씨는 “‘욕심’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그만큼 시의 화력이 세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동아일보DB
 모든 상은 칭찬이라지만 시인 문인수 씨에게 목월문학상은 특히 뜻깊다. 그는 계간 ‘심상’으로 등단했다. ‘심상’은 박목월 시인이 창간한 문예지다. 문 씨를 시인으로 세상에 보낸 박목월의 이름으로 그는 큰 격려를 받게 됐다.

 문 씨는 마흔 나이에 늦깎이로 등단했다. 문단 경력 30여 년이 쌓였고 시집 10권, 동시집 1권, 시조시집 1권을 갖게 됐다. “‘나는 지금 이곳이 아니다’(수상 시집)가 마지막 시집이라고 여겼는데 목월문학상이 다시 불을 댕기게 됐다”며 문 씨는 수상 소감을 밝혔다.

 마지막이라기엔, 전작 ‘달북’에 이어 1년 만에 수상 시집을 펴낼 만큼 그에게 시가 넘친다. 이 열정의 동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그는 “그저 시를 향한 욕심과 재미내기에 그동안 매달려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목할 것은 시인이 ‘명랑성’을 테마로 삼았다는 점이다. 상처나 눈물 같은, 그간 많은 시들이 다뤄온 주제가 아닌 ‘웃음’을 내세운 것은 문 씨의 작품을 도드라지게 한다. 내용은 짠한데 문 씨의 노랫가락은 유쾌하다. 가령 ‘작고 초라한 집들이 거친 파도 소리에도 와르르 쏟아지지 않는다. 복잡하게 얽혀 꼬부라지는 골목들의 질긴 팔심 덕분인 것 같다’(‘굵직굵직한 골목들’에서) 같은 시구가 그렇다. “명랑성은 인생에서 가벼운 사치가 아니고 장삼이사의 삶에서 그늘을 벗겨내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문 씨는 말했다.

 시가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강한 의문이 드는 시대다. 그는 이에 대해 “시가 있을 자리에 시가 시답게 있어 주면 된다”며 “그 시가 그 자리에 있어야 할 만한지는 시를 읽는 독자들이 판단할 것”이라면서 시와 사람에 대한 애정을 밝혔다.

김지영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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