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항의와 이탈’ 적절한 조합, 조직의 긍정적 변화 이끌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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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도를 개선하려면 항의와 이탈 방식 모두 건강하게 유지돼야 하고 바로 이러한 제도 개선에서 항의와 이탈의 그 어떤 최적 혼합도 불안정해지려는 본래적인 경향성이 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떠날 것인가, 남을 것인가’(앨버트 허시먼, 나무연필, 2016년) 》
 


 한국어판 제목을 잘 지었다. ‘헬조선’과 ‘탈(脫)반도’가 화두인 요즘 ‘먹힐’ 제목이다.

 물론 제목에 혹해서 책을 샀다면 당황할 가능성이 높다. 이론적 배경 설명부터 시작하는 전형적인 학술서이기 때문이다. 원제는 직역하면 ‘이탈, 항의, 그리고 충성심(Exit, Voice, and Loyalty)’. 미국에서 1970년 출간된 이 책은 조직론의 고전으로 불린다. 다만 에세이 형태로 차근히 풀어나가기 때문에 배경지식이 없더라도 이해하는 데는 무리가 없다.

 조직이 퇴보할 때 개인의 선택지는 보통 두 가지다. 조직을 떠나거나(이탈), 조직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항의)이다. 기존 경제학 논리대로라면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의 질이 낮아지면 소비자들은 다른 기업 제품으로 이탈하기만 하면 된다. 질 낮은 제품은 도태되고, 질이 좋은 제품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대로 일이 전개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서비스가 형편없는 철도와 비교적 안정적인 버스가 화물운송에서 경쟁하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화물운송업자들은 철도운송을 이용하지 않고 버스로 ‘갈아탈’ 것이다. 하지만 철도는 기간산업이기 때문에 도태되지 않는다. 이탈로 서비스의 질은 더 낮아지고, 어쩔 수 없이 철도를 이용해야 하는 이들만 피해를 본다. 철도운송을 이용하며 질을 높이도록 불만을 제기해야만 긍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결국 항의와 이탈을 효과적으로 조합할 때 조직이 긍정적으로 변화할 가능성도 커진다. 어떤 조직에서는 항의를 일탈로 규정해 징벌하기도 하고, 또 어떤 경우에는 항의가 관습화해 적절한 이탈의 시점을 놓치도록 하기도 한다. 저자는 이탈과 항의의 다양한 조합을 실제 사례와 함께 실험하며 그 한계까지 짚어낸다. 인간이 만든 조직이라면 겪게 되는 필연적인 문제, 퇴보에 대한 답을 탐구하는, 과연 고전이라 할 만한 책이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앨버트 허시먼#나무연필#떠날 것인가 남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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