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중국은 왜 ‘짝퉁 천국’이 됐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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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엄청나게 가깝지만 놀라울 만큼 낯선/스위즈 지음·박지민 옮김/284쪽·1만5800원·애플북스

안정이 보장되지 않는 환경에 처해 있던 중국인들은 높고 견고한 담을 쌓으며 살았지만 실질적으로 제대로 된 방어도 못한 채 정신적인 담장만 쌓았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북방 이민족의 침입을 막기 위해 진나라 시황제 때부터 본격적으로 쌓기 시작한 중국의 만리장성. 셔터스톡 캡처
안정이 보장되지 않는 환경에 처해 있던 중국인들은 높고 견고한 담을 쌓으며 살았지만 실질적으로 제대로 된 방어도 못한 채 정신적인 담장만 쌓았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북방 이민족의 침입을 막기 위해 진나라 시황제 때부터 본격적으로 쌓기 시작한 중국의 만리장성. 셔터스톡 캡처
# 조조의 아들인 조충은 대여섯 살 때부터 총명함이 남달라, 다들 어른보다 낫다고 했다. 어느 날 손권이 코끼리 한 마리를 선물로 보냈는데, 조조는 그 무게가 얼마나 나가는지 몹시 궁금했다. 사람들에게 방법을 물었으나 누구도 나서는 자가 없었다. 그러자 다섯 살인 조충이 말했다. “코끼리를 배에 실은 다음 배가 물속에 어느 정도 가라앉는지 표시했다가 나중에 그만큼의 돌을 싣습니다. 그런 다음 그 돌을 꺼내 무게를 재면 될 것입니다.” 그 말에 조조는 크게 기뻐했다.

중국 고사성어 중 하나인 ‘조충칭상(曹沖稱象·조충이 코끼리 무게를 재다)’ 이야기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리고 기념우표로 나왔을 정도로 중국에서 지혜의 표준으로 여겨진다. 이를 보고 어린아이의 지혜에 감탄사를 내뱉을 때쯤, 산통 깨는 저자의 비판이 이어진다.

“(부력 원리라는) 위대한 물리학 정의는 중국인을 스쳐 지나가고 말았다. 예부터 수학적으로 사고하는 부분이 약하고 수량화와 형식화에 대한 자각의식이 부족해 수많은 발견이 ‘직관적 관찰’에 그치고 만 것이다.”

저자는 부력을 인지하고도 조충의 지혜에만 감탄할 뿐 고대 그리스 아르키메데스처럼 직관적 관찰을 과학법칙으로 발전시키지 못한 중국인의 ‘얕은 사고’를 아쉬워한다.

저자가 분석한 중국인의 사고 체계를 도식화한 모습. 애플북스 제공
저자가 분석한 중국인의 사고 체계를 도식화한 모습. 애플북스 제공
중국인이지만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싱가포르 국립대 종신교수로 근무하는 저자는 이런 식으로 중국인들의 행태를 깎아내린다. 원제목이 ‘중국인의 논리’인 책 속에는 10장에 걸쳐 중국인들이 흔하게 저지르는 민폐들을 분석한다. 중국에 ‘짝퉁’이 많은 이유, 중국인이 목소리가 큰 이유, 도박을 좋아하는 이유, 질서를 잘 지키지 않는 이유 등 외부인이 보기에도 솔깃할 만한 내용들이다.

저자의 날 선 분석은 거침없다. 중국에 짝퉁이 많은 이유는 남과 같음을 추구하는 중국인의 속성 때문이다. 체면을 중시해 새 모조품을 쓸지언정 남이 쓰던 물건은 쓰지 않는다는 중국인들의 옛날 사고 등이 오늘날 ‘짝퉁 천국’ 중국을 있게 했다는 것이다. 언어에 특별한 힘이 있다고 믿어서(목소리가 큰 이유), 표의문자 위주인 한자의 특성상 기호 위주인 수학이 발달하지 못해서(확률상 돈을 잃게 돼 있는데도 도박을 좋아하는 이유), 서양의 기독교처럼 욕망을 절제하게 하는 신앙이 없어서(질서를 안 지키는 이유) 등 분석은 다양하다.

그가 분석 대상으로 삼은 중국인은 중국 본토는 물론이고 대만 싱가포르 등 세계 곳곳에 살고 있는 중국인들이다. 저자는 “후손들이 자신들의 사고습관을 알고 다른 각도로 세상을 바라보길 원해 책을 썼다”고 말한다. 이와 같이 저자의 애정 섞인 비판들을 읽다보면 책 속 이야기들이 마냥 다른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과도한 혈연주의로부터 파생된 ‘푸얼다이(富二代·한국의 재벌2세와 비슷)’, 물질만능주의로부터 비롯된 각종 뇌물과 부패 스캔들, 윗사람에 대한 복종을 미덕으로 여겨 창의성이 떨어지는 문화…. 이미 우리 사회에서도 심심찮게 접할 수 있는 이슈들이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조충칭상#중국 엄청나게 가깝지만 놀라울 만큼 낯선#스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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