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바람이 불 때면, 절집을 향한 情도 절절해지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일 03시 00분


코멘트

이산하 에세이 ‘피었으므로, 진다’

‘(전남) 해남 미황사는 전쟁에 패한 장수가 낙향해 복사꽃 그늘 아래 어머니의 무릎을 베고 누워 강 건너 논물이 들어가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절이다.’

‘징한’ 표현이다. 글쓴이의 느낌이니 실제 그런지는 따질 필요 없다. 분명한 건 이런 표현으로 절을 묘사할 수 있는 사람이 극히 드물다는 점이다.

제주 4·3사건을 소재로 한 장편 서사시 ‘한라산’으로 필화를 겪기도 했던 시인 이산하의 ‘피었으므로, 진다’(쌤앤파커스·사진)는 그가 다녀온 절 27곳에 대한 감상을 적은 여행 에세이다. 책에는 불법승(佛法僧) 세 보물을 가진 ‘3보 사찰’(통도사 해인사 송광사),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5대 적멸보궁’(통도사 상원사 법흥사 봉정암 정암사), 관음보살의 ‘3대 관음 성지’(낙산사 보문사 보리암) 등이 포함돼 있다.

절의 명성은 중요치 않다. 마음의 바람이 불 때마다 절을 찾았던 시인의 절절한 감상은 절의 이미지를 아련하게 떠올리게 한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이산하 에세이#피었으므로 진다#여행 에세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