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성공한 언론인 vs 이기적 권력자, 조지프 퓰리처의 두 얼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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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퓰리처: 권력의 감시자는 왜 눈 먼왕이 되었는가/제임스 맥그래스 모리스/지음·추선영 옮김/968쪽·4만 원·시공사

노동자를 대변하고 특권층과 권력에 맞선 언론 자유의 수호자. 선정적 기사 경쟁으로 ‘황색 저널리즘’이라는 말을 탄생시킨 권력자. 상반된 캐릭터를 지닌 이는 동일한 인물, 조지프 퓰리처(1847∼1911·사진)다. 미국 기자라면 한 번쯤 꿈꾸는 퓰리처상을 만든 그의 삶은 지극히 이중적이었다. 인간이라는 존재의 상당수가 처한 상황에 따라 행동이 확연히 바뀐다는 걸 고려한다면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저자는 수년간 집요하게 퓰리처의 삶을 추적했다. 헝가리 출신 유대인인 퓰리처는 한 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 취재력과 감각적인 기사로 이름을 날린다. 명문가의 딸인 케이트 데이비스와의 결혼은 그가 사업가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됐다.

‘심장을 바칠 신문사’ 인수를 꿈꾸었던 그는 결국 뉴욕의 일간지 ‘월드’를 손에 쥔다. 언론의 자유로운 비판 기능은 정치적 경제적 독립에서 비롯된다는 걸 잘 알았던 그는 시민들이 호응하는 기사를 적극 배치하며 신문사를 비약적으로 성장시킨다. 남편을 잃고 굶주림에 시달리던 여성이 갓난아기와 두 살배기 딸을 강에 던져버리고 투신한 사건을 1면에 올린 것은 당시로서는 파격 그 자체였다. 탄탄한 경영을 바탕으로 ‘월드’는 부패한 기업인과 정치인에게 가차 없이 직격탄을 날렸다.

하지만 부와 권력을 거머쥐자 그는 바뀌었다. 약자 중의 약자인 신문팔이 소년들이 도매 가격을 낮춰줄 것을 요구하며 파업하자 경쟁사와 담합해 이를 짓밟는다. 미국과 스페인 간의 전쟁을 부추기는 보도도 일삼았다.

언론 자유를 부르짖던 유능한 기자이자 경영인이 부와 권력, 무너진 건강(시력을 잃고 온갖 통증으로 고생한다) 앞에서 탐욕스럽고 이기적인 존재로 변해가는 과정을 치밀하고 입체적으로 조명했다. 이 같은 인간의 다면성과 근대 언론사 및 미국사까지 아우르는 노작이다. 미국에선 2010년 출간됐다. 당시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의 역사적 인물을 다룬 책 베스트5’에 선정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퓰리처#제임스 맥그래스 모리스#황색 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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