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북카페]교만하고 배타적인 古都 교토의 민얼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6일 03시 00분


코멘트

이노우에 쇼이치 ‘교토 싫어’

지난해 일본 교토(京都)의 식당에 갔을 때의 일이다. 동석자가 “몇 년 전까지 외국인을 받지 않던 곳”이라고 말해 속으로 놀란 적이 있었다.

교토의 고급 식당이나 요정에 ‘이치겐상 오고토와리(一見さんお斷り)’라는 말이 있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됐다. ‘초면 고객 사절’이라는 의미인데 단골이나 단골 소개로 온 손님만 받겠다는 것이다. 이유는 “초면의 손님에게 제대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속마음은 ‘뜨내기가 분위기를 흐릴 수 있기 때문’이라는 쪽에 가깝다.

천년고도 교토는 한국보다 많은 17개의 세계문화유산이 있는 세계적인 관광지다. 그런데 이노우에 쇼이치(井上章一) 국제일본문화연구센터 교수가 쓴 ‘교토 싫어’라는 책이 20만 부 이상 팔리며 반년 넘게 일본 베스트셀러 순위를 지키고 있다. 교토의 배타적인 분위기와 일그러진 속사정을 통렬하고 유머 있게 까발린 것이 인기의 원인이다.

저자는 우선 교토 관광의 핵심인 사찰과 승려들의 문제를 지적한다.

유흥가 기온의 요정에서는 승려가 술을 마시며 게이샤를 희롱한다. 한 게이샤가 “스님은 종파를 가리지 않고 좋은 손님”이라고 말할 정도다. 젊은 승려가 승복 차림으로 미니스커트 차림의 유흥업소 종업원과 데이트를 즐기고, 분칠하고 전통 머리를 한 게이샤들은 디스코텍에서 몸을 흔든다. 일본 승려는 결혼하고 아이도 낳는데 딸을 기독교계 학교에 넣은 사람이 상당수라는 ‘불편한 진실’도 나온다.

돈벌이에 열을 올리는 절의 행태도 보여준다. 잡지에서 교토 절의 사진을 찍어 내보내려면 기부금을 내야 한다는 불문율이 있다. 보통은 장당 3만 엔(약 32만7000원)인데 유명한 절은 20만 엔(약 218만 원)도 받는다. 여름에 야간 조명 행사를 할 때는 ‘준비를 위해’라며 이미 들어온 관광객을 내보내고 다시 입장권을 끊어 들어오게 한다. 기부금이나 입장료에 대한 세금도 안 낸다. 지방정부는 세금을 물리려고 절들과 수십 년간 힘겨루기를 했는데 1986년 급기야 절들이 10개월 동안 문을 닫았다. 관광업계가 ‘이러다 죽겠다’고 아우성치자 결국 지방정부가 손을 들었다.

주민들의 유별난 자부심은 타 지역에 대한 차별로 이어진다. 교토 명문가 출신인 사람은 저자가 교토 외곽 사가(嵯峨) 지역 출신이라는 얘기를 듣자 “그 근처에 살던 농사꾼이 우리 집에 거름을 푸러 왔었다”고 말했다. 역시 외곽인 우지(宇治) 출신의 프로레슬러가 교토의 경기장에서 “교토 출신”이라고 했다가 “우지 출신 주제에 교토를 사칭했다”며 관객들이 일제히 야유했다는 에피소드도 있다.

저자는 또 여러 역사적 사실을 들이대며 교토의 허상을 지적한다.

책을 읽은 김에 용기내 말하자면 서두에 언급한 교토의 식당에서 먹은 가이세키(정식 코스) 요리는 보기는 좋았지만 썩 맛있지는 않았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이노우에 쇼이치#교토 싫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