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CG액션, 유머-감동코드마저 압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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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현지서 미리 본 영화 ‘정글북’

영화 ‘정글북’에서 모글리 역의 닐 세티는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들어낸 동물들과 연기를 했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영화 ‘정글북’에서 모글리 역의 닐 세티는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들어낸 동물들과 연기를 했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기술적으로는 ‘아바타’와 ‘라이프 오브 파이’, 감성적으로는 원작 소설이나 ‘라이언 킹’의 성취를 과녁에 둔 작품이다. 10점 만점 기준으로 기술 측면은 보너스 점수까지 더해 10.1점, 감성 측면은 7점이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의 한 영화관에서 디즈니 영화 ‘정글북’(국내에선 6월 개봉)을 3D로 봤다. 이야기 전개는 원작소설이나 동화책, 1967년 작 애니메이션과 대동소이하다.

늑대들에 의해 발견돼 늑대의 방식으로 키워진 인간 아이 모글리(닐 세티)는 정글의 무법자인 벵골호랑이 시어칸(이드리스 엘바·이하 더빙 배우)에게서 정글을 떠나지 않으면 죽임을 당할 거라는 위협을 받는다. 떠나는 여정은 순탄치 않다. 모글리는 거대한 인도왕뱀 카(스칼릿 조핸슨)의 공격을 받고, 그를 구해준 곰 발루(빌 머리)와 친구가 되는데….

이번 ‘정글북’은 애니메이션이 아닌 실사 영화다. 화면을 보다 첨단 컴퓨터그래픽 기술의 힘이 두려워졌다. 스크린 안에서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호랑이, 코끼리, 표범, 늑대를 비롯한 갖은 동물과 정글, 폭포 등 배경 전부가 컴퓨터그래픽임에도 불구하고 유일한 실제인 모글리와 진짜처럼 자연스레 뒹굴며 뒤섞인다. ‘바느질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인간을 능가하는 동물들의 표정 연기는 눈물을 짜낼 정도로 살아있다.

흠은 있다. 존 패브로 감독(‘아이언맨’ 1, 2편 연출)은 기왕에 도입한 첨단 그래픽 기술로 ‘아바타’와 제대로 승부를 보려 했나 보다. 무게 중심이 액션에 확 쏠렸다. 화려한 액션의 강한 인상이 산재된 유머와 감동 코드를 잠식한다. 원숭이 떼가 정글을 날며 모글리를 납치하는 장면부터 오랑우탄 왕 루이(크리스토퍼 워컨)의 사원에서 모글리가 탈출하는 대목까지 이어지는 하이라이트 액션은 숨 돌릴 틈 없다. 당연히 3D로 봐야 제맛을 볼 수 있다. 어린이를 데려간 ‘아빠’들이 하품 날 일은 없을 것 같다. 기자의 옆자리에 앉은 현지 성인 관객은 상영시간 내내 소리를 질렀다.

모글리와 게으름뱅이 곰 발루의 독특한 우정, 아기 코끼리를 향한 헌신을 감동 스토리의 초점에 뒀지만 앞뒤 연결과 감정 디테일이 약해 공감이 덜 간다. 결말 역시 어른까지 울리기엔 부족하다.

작은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어른과 아이 모두 시간 따위 잊고 빠져들 만한 작품이다. 역시나 기억에 오래 남는 것은 영상의 잔상이다.

무시무시한 첨단 기술 덕택에 제작진과 유일한 출연진인 모글리는 정글에 들어갈 필요조차 없었다고 한다. 정글은커녕 로스앤젤레스 도심에서 100% 촬영됐다. 도저히 믿기 힘들다.
 
로스앤젤레스=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정글북#영화#닐 세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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