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독자서평]역사가 전해주는 성공경험 ‘대동법’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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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COM과 함께하는 독자서평]
◇대동법, 조선 최고의 개혁/이정철 지음/544쪽·2만4000원/역사비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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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통틀어 조선만큼 오랫동안 단일 왕조가 유지된 국가는 드물다. 많은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500년을 버틸 만큼 조선은 정교한 사회였고, 적어도 19세기 말까지는 실패한 국가가 아니었다. 전쟁, 자연재해 등 다양한 위기 상황을 조선이 극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대런 애쓰모글루와 제임스 로빈슨은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포용적 정치·경제 제도가 발전과 번영을 불러오고, 지배계층만을 위한 수탈적이고 착취적인 제도는 정체와 빈곤을 낳는다고 주장했다. 이를 인용하면 조선의 생존 비결은 대동법과 균역법 등 끊임없는 개혁으로 포용적 제도를 펼쳤기 때문이다.

17세기 조선은 여러 차례 전쟁과 대기근, 전염병을 경험하며 경제 파탄을 겪는다. 백성이 떠돌아다니는 위기 상황에서 조선은 200년간 고민을 했고 100년 동안 조금씩 개혁을 시도했다. 수많은 관료와 정치가들이 민생안정과 국가 재정 확보라는 주제로 토론을 했고 시행착오도 거쳤다. 그 결과로 나온 포용적 재정개혁이 대동법이다. 대동법은 공정과세를 이루어 없는 자들은 부담이 줄었고 가진 자들은 부담을 나눠가졌다. 논의 당시에는 생각하지도 못했지만 개혁의 부수효과로 상업이 발전해 경제 발전의 토대가 됐다. 저자는 당시 조선이 점진적인 문제 해결을 통해 성공 경험을 축적했고 나아가 대동법을 완성할 수 있었다고 본다. 작은 문제를 해결한 성공 경험이 정책을 추진할 관료들과 정책의 대상인 백성들에게 정당성과 안정감을 주었다.

‘대동법, 조선 최고의 개혁’은 지금 우리에게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정치 경제 사회, 모든 것이 위기인 이 시대에 필요한 건 거창한 개혁이나 거대한 담론이 아니다. 중요한 점은 민주주의와 경제 발전을 이루면서 경험한 성공과 실패를 공유하고 확산시키는 것이다. 과거의 경험을 되새겨 만든 공정하고 포용적인 개혁만이 민주주의 체제의 유지와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성장을 같이 이룰 수 있는 비법이다. 대동법이라는 300년 전에 성공한 정책에서 우리는 실패하지 않는 국가로 나아가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상영 경기 의정부시 신곡2동
#대동법 조선 최고의 개혁#대동법#yes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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