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9단, 실수 발견할 수 없었는데…”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3월 11일 05시 45분


10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 특별대국실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2국에서 이세돌 9단(오른쪽)이 착점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구글
10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 특별대국실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2국에서 이세돌 9단(오른쪽)이 착점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구글
■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2국도 패배

알파고 끊임없이 백의 급소 노리며 흔들어
안전 택한 이세돌 특유의 날카로움 사라져

○ 이세돌 9단 ● 알파고 <211수 끝, 흑 불계승>

2국도 졌다. 1국이 ‘완패’였다면, 2국은 ‘완벽패’였다.

211수만에 돌을 거둔 인간대표 이세돌은 묵묵히 혼자 복기를 시작했다. 복기요청을 받아줄 상대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더 아팠다.

2국은 10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 특별대국실에서 열렸다. 이세돌의 맞은편에는 1국 때와 마찬가지로 알파고의 ‘대리인’인 구글 딥마인드의 리서치 사이언티스트 아자 황 박사가 앉았다.


1국에서 충격의 패배를 당했던 이세돌은 대비책을 들고 온 듯했다. 1국 때는 초반에 신수를 구사했다가 알파고에게 호되게 응징을 당하는 바람에 처음부터 밀려버렸다. 2국을 위한 이세돌의 대비책은 ‘안전운전’. 평소의 날렵하고 재기 넘치는 행마는 온데 간데 사라지고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안 건너고, 꺼진 불 위에 물 한 바가지를 끼얹는 신중함을 보였다. 그러다 보니 2국은 1국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기보만 봐서는 이세돌과 알파고가 뒤바뀐 듯했다. 알파고는 끊임없이 백의 급소를 노리며 판을 흔들었고, 이세돌은 차분하게 맞서며 야금야금 집을 챙겨 나갔다.

이세돌vs알파고 2국<장면1>-<장면2>(오른쪽).
이세돌vs알파고 2국<장면1>-<장면2>(오른쪽).

<장면1>을 보자. 알파고의 흑1이 세상을 놀라게 한 수이다. 인간의 직관과 감각에는 존재하지 않는 수. 인터넷바둑사이트 사이버오로에서 2국을 해설하던 이현욱 8단은 “이런 수를 두고도 이 바둑을 이긴다면 혁명이다”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우변 백진에 다가가고 싶다면 흑A 정도가 한계일 것이다. 흑1은 중앙에 모양을 넓히겠다는 의도겠지만 백B를 두게 해 우변을 고스란히 내어주어야 한다. 그 집이 상당히 크다. 백은 C로 둘 수도 있다. 이렇게 두어 가는 변화도 백에게 나쁠 게 없다. 실전에서 이세돌이 선택한 수이기도 하다. 흑1은 인간이라면 둘 수 없는 확실한 알파고의 수였다. 이른바 ‘알파고 류’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장면2>. 이세돌이 백1로 흑 한 점을 끊어 잡았다. 2국에 임하는 이세돌의 자세를 대변해주는 듯한 수이다. 안전하다. 그리고 집으로도 짭짤하다. 하지만 이세돌답지는 않았다. 평소의 이세돌이라면 중앙으로 눈을 돌려 흑▲를 날카롭게 공격했을 것이다. 그게 ‘이세돌 류’이다. 하지만 이세돌은 백1을 선택했고, 알파고는 무난히 흑4로 연결해갔다. 관전하던 프로기사들의 입에서 “아!”하는 탄식이 나왔다. 이 바둑을 TV에서 생중계 해설한 송태곤 9단은 대국이 끝나자 참담한 얼굴로 말했다. “저는 이 바둑에서 이세돌 9단의 실수를 발견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졌습니다.”

1국은 상대를 몰라서 졌다. 2국은 상대를 알고도 졌다. 3국은 하루 휴식 뒤 12일 오후 1시부터 속개된다. 이세돌에게 또 다른 비책이 남아 있을까.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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