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자보다 ‘음악의 통로’로 기억되길 바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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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예술의전당서 리사이틀… 비올리스트 용재 오닐

17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난 리처드 용재 오닐은 중력파 이야기를 5분간했다. “지구에 도착한 중력파의 주파수를 음정으로 변환해 보니 음정 ‘도’였어요. 음악과 우주의 연결이라니….”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17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난 리처드 용재 오닐은 중력파 이야기를 5분간했다. “지구에 도착한 중력파의 주파수를 음정으로 변환해 보니 음정 ‘도’였어요. 음악과 우주의 연결이라니….”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연주하고, 나누고, 달린다.

언뜻 서로 연관이 없는 단어 같지만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38)을 이해하는 키워드다. 그는 최근 10년 동안 정말 바빴다. 1년에 100회 정도 연주회를 가졌다. 다큐멘터리 출연에 책도 썼고,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에서 9년째 학생들도 가르치고 있다.

“쉬지 않고 일했죠. ‘노동’이었어요.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혼란이 오는 상태가 됐어요. 이제는 ‘이 정도만 하겠다’고 선을 긋는 편이에요.”

UCLA 강의도 6월에 그만둘 계획이다. “더 이상 젊은 청년인 척할 수 없어서”다. 예전에는 하고 싶은 일은 꼭 했지만 이제는 몸이 먼저 더 이상 못 하겠다는 말을 건다고 한다.

그는 20일 오후 8시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My Way(나의 길)’라는 주제로 리사이틀을 갖는다. 레퍼토리는 브람스와 드보르자크의 음악이다. 한국에서 받은 사랑을 돌려주고 싶은 마음에 젊은 연주자들을 무대에 세우고 함께 연주도 한다. “예전에 소개했던 젊은 연주자들이 다 잘됐어요. 이게 미래예요. 클래식 업계의 문제가, 제 또래 연주자들이 음악에만 집중하고 다음 세대 연주자들을 돌보는 것에 소홀하다는 거예요. 다음 세대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도와줄지 생각해야 해요.”

매일 바쁘지만 뛰는 것은 거르지 않는다. 지금까지 15차례 마라톤 완주를 했다. 마라톤과 연주는 비슷하다는 게 지론이다. “마라톤은 자신의 한계까지 몰아붙이는 점이 연주와 같죠. 나 자신과 경쟁하는 것도 비슷해요. 그래서 애착이 가요.”

그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연주자보다 ‘음악의 통로’로 기억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제가 무대에 오르면 제 이름보다 그 음악을 더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인생을 마무리할 때 거장들이 만든 최고의 창작물을 잘 나눴다는 생각이 들면 성공한 삶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는 국제구호개발기구인 옥스팜 활동에 애착이 크다. 차를 좋아하는 그에게 15만 km 넘게 달린 차를 바꾸지 않는 이유를 물었다. “좋은 차로 바꾸고 싶죠. 하지만 그 돈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잖아요. 차에 돈을 쓰기보다 어려운 사람을 돕고 싶어요.” 3만∼10만 원. 1577-5266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용재 오닐#비올리스트#예술의 전당 리사이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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