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마음을 돌아보라… 그곳에 문제와 답이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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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국선원
스님이 던진 화두에 답하고 수행하는 ‘간화선’ 운영
1989년 수불 스님이 개원… 전국서 매일 2500여 명이 좌선

안국선원에서 간화선 수행을 한 수행자들은 몸과 마음이 모두 사라져버리는 신기한 체험을 한다. 깃털보다 가벼운 상태에서 안심과 자유를 체험했다는 수행자가 많다. 안국선원 제공
안국선원에서 간화선 수행을 한 수행자들은 몸과 마음이 모두 사라져버리는 신기한 체험을 한다. 깃털보다 가벼운 상태에서 안심과 자유를 체험했다는 수행자가 많다. 안국선원 제공
직장인 김홍근 씨는 한동안 마음이 무거웠다. 빈부 격차와 사상적 대립으로 첨예한 갈등이 벌어지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심리적인 불안과 존재에 대한 불확실성 같은 마음의 병이 찾아왔었다. 고전을 읽으며 옛 성인의 말씀을 새겨듣고, 명상센터에도 나가봤지만 반짝 효과가 있었을 뿐이었다. 근원적으로 마음이 시원해지지는 않았다.

고민에 빠져 있던 김 씨는 지인으로부터 안국선원을 소개받고 용기를 내 방문했다. 수행에 참가한 첫날 선원장인 수불 스님의 질문에 가슴이 콱 막혔다. 스님이 내린 질문을 ‘화두’라고 하는데, 평생 궁금하던 그 문제였다. 스님은 그에게 “지금 살아서 이렇게 움직이게 하는 것이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김 씨는 대답으로 ‘마음’ ‘몸’ ‘영혼’ 등을 거론했지만 스님의 대답은 ‘아니요’였다.

마침내 그는 답을 모른다는 결론에 다다를 수밖에 없었다. 앞에서는 수불 스님이 질문하는데, 자신은 뻔히 살아서 움직이면서도 그 답을 알지 못하니 가슴이 답답해지면서 눈앞에 뿌연 안개가 서려 오는 듯 했다. 이렇게 답답하고 꽉 막힌 상태에서 며칠이 지나자 마침내 사방에서 알 수 없는 기운이 조여 오기 시작했다. 그냥 버티는 가운데 모든 생각이 사라지고 자아와 시공의 감각도 없어져 그저 숨만 헐떡였다.

그러다가 어느 한순간 그를 내리누르던 압력이 터지는 듯하더니, 몸과 마음이 모두 사라져 버리는 신기한 체험을 했다. 그는 먼저 경험한 사람들이 말하는 ‘깃털보다 가벼운 상태’에서 안심과 자유를 체험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나비처럼 날아다니던 환희는 보름을 넘기지 못하고 사라졌다. 수불 스님은 “시비를 분별하던 과거의 습관이 생각의 구름을 만들어 다시 마음을 덮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김 씨는 이때부터 선지식(스승)들의 법문을 자주 듣고 시간 나는 대로 선원을 찾아가 마음에서 일어나는 생각들을 지켜봤다.

그는 ‘좌선’이란 몸뿐만 아니라 마음이 앉는 것이며, 마음이 앉는 자리는 마치 ‘진흙에서 핀 연꽃’처럼 잡념이나 고민들이 범접하지 못하는 ‘정토(淨土)’임을 실감했다. 이후 그는 일상생활 가운데서도 마음은 편안해지고 몸은 건강해지며 여유로운 가운데 모든 인연이 순리대로 풀려나가는 감사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부산안국선원전경.
부산안국선원전경.

안국선원은 1989년 부산에서 개원한 이래 250여 회에 걸쳐 일주일간의 ‘간화선(看話禪·화두로 수행하는 참선) 집중수행’을 운영했다. 현재까지 2만 명이 넘는 수행자들이 간화선 수행에 참가했다. 1996년에는 서울 종로구에 서울안국선원이 문을 열었다. 안국선원의 특징은 재가불자들에게 산사(山寺) 스님들의 전유물로만 여겼던 간화선을 가르치기 시작한 것이다. 수불 스님이 화두를 내리면 참가자들은 이 화두를 들고 치열하게 싸운다.

현재 전국 안국선원에는 매일 2500여 명이 좌선하고 있다. 국내는 물론이고 중국 베이징과 톈진에도 안국선원 지부가 있으며, 올해 4월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뉴질랜드에도 지부가 개원한다.

수불 스님은 “그동안 한국으로 찾아온 외국인은 물론이고 구미와 아시아 지역의 외국인에게 간화선 집중수행을 시행한 결과 큰 효과가 나오고 있어 간화선 세계화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간화선 프로그램의 대중화와 세계화를 성공시켜 한국불교 ‘이판(理判)’의 대표 주자가 된 수불 스님은 3년 전부터 부산 범어사 주지로 일하며 ‘사판(事判)’도 겸하고 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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