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 최초 녹음 음반’ 공개한 경주 한국대중음악박물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10일 17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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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이 많은 경북 경주에 지난달 정부 공인 1종 박물관이 두 번째로 생겼다. 이전엔 1945년 설립된 국립경주박물관이 유일했다. 4월 문을 연지 반 년 만에 ‘초고속 승진’의 영예를 안은 곳이 한국대중음악박물관(관장 유충희)이다. 경북도와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7만5000점에 이르는 소장품이 양과 질에서 국내 대중문화 관련 박물관 중 최고라는 점을 높게 평가받았다.

3일 오후 찾은 박물관은 보문관광단지에 지하 1층, 지상 3층(층당 1000㎡) 규모로 우뚝 서있었다.

1층 카페와 소공연장, 로비에 전시된 기타로 된 탑을 지나쳤다. 밟으면 ‘도, 레, 미’ 소리 나는 건반식 계단을 오르자 박물관의 심장인 2층 전시관이 나왔다.

한민족의 목소리가 최초로 기록매체에 담긴, 1896년 원통형 실린더 음반이 눈에 띄었다. 당시 조선 유학생이 미국 현지에서 우리 민요 부른 것을 녹음한 것. 원본은 미국 의회도서관이 소장 중이다. 박물관 측은 도서관에 직접 의뢰해 복제품을 제작했다. 지금은 볼 수만 있지만 내년부터 여기에 스피커를 설치해 ‘삼각산 제일봉에 부안개 안져 울고…’라는 가사의 노래를 관람객이 들어보도록 할 계획이다.

국내 최초의 상업음반인 1907년 경기민요 ‘다졍가’ 레코드도 여기 있다. ‘아비럼컬’(레코드사 이름인 컬럼비아를 옛날식으로 거꾸로 쓴 것) 네 글자가 표지에 선명하다. 이미자가 데뷔 곡 ‘열아홉 순정’(1959년)보다 앞서 녹음한 것으로 추정되는 유성기 음반도 이곳 소장품. 나훈아, 남진, 신중현, 조용필의 희귀·최초 음반부터 싸이의 ‘강남스타일’ LP레코드까지 볼거리가 다채롭다.

박물관 3층 창고에는 내년부터 전시할 서울 장충스튜디오의 기자재가 보관돼있었다. 장충스튜디오는 1960년 서울 장충동에 세워진 국내 최초의 현대식 스튜디오로 이미자, 조용필, 김건모 음반 등 가요사를 바꾼 음반의 산실이다. 1960~70년대 녹음과 레코드 제작 장비가 관람객을 기다린다.

박물관은 요즘 개관 1주년 기념 업그레이드 작업에 바쁘다. 현재 2층 한쪽 벽은 2007년 한 매체에서 선정한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 LP레코드로 빼곡하다.

고 국장은 “명반 목록에 1970년대 이전 것들이 대거 빠져있어 아쉽다. 내년에 전문가에 의뢰해 박물관이 자체 100대 명반을 재선정하는 작업을 벌일 계획”이라고 했다.

박물관은 이달부터 매달 원로가수 한 명을 초청해 그들의 육성과 영상을 채록한다. 오는 25일 한대수의 이곳 공연 실황을 CD와 DVD로 제작하는 게 그 출발이다. 박물관이 수집에 머물지 않고 콘텐츠 생산에도 팔을 걷은 것.

3층 오디오관은 이곳 관람의 인상 깊은 대단원을 이룬다. 1936년 미국 웨스턴 일렉트릭사가 제조한 미로포닉 사운드 스피커가 있다. 고종석 사무국장이 “어떻게 알았는지 이곳을 찾은 일본인 오디오 마니아들이 기계에 절부터 한다”는 스피커다. 히틀러가 선전포고에 쓴 것을 업그레이드한 모델이라는 1950년 동독제 RFT 캐피톨 스피커를 통해 킹 크림슨의‘Epitaph’를 재생했다. 멜로트론과 오르간의 크레셴도가 독일 전차처럼 고막으로 진군했다. 관람객 누구나 음반을 가져오면 이들 스피커로 들어볼 수 있다.

가요 100년사를 다룬 1000점의 소장품은 중장년층을 향수의 늪에 빠지게 하는데 충분했다. 다만 10~20대가 공감할 거리가 너무 적다는 점이 아쉽다. 고 국장은 “내년에 건물 증축으로 4층 전시실을 추가하고, 자체 시상식도 만들어 더 많은 세대를 아우르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입장료 6000~1만2000원.(kpopmuseum.com·054-776-5502)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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