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도가자 일부 활자 규소 함량 19%나… 근래 제조 가능성”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1일 03시 00분


코멘트

미술감정가 최명윤 소장 보고서
고철 재활용 과정에서 유입된 듯… 구리 성분은 8~12% 턱없이 낮아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지난해 말 보고서에서 증도가자로 분류한 ‘반(般)’과 ‘수(受)’ 활자(왼쪽부터·아래는 활자 뒷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 활자들이 가짜라고 판정했다. 동아일보DB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지난해 말 보고서에서 증도가자로 분류한 ‘반(般)’과 ‘수(受)’ 활자(왼쪽부터·아래는 활자 뒷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 활자들이 가짜라고 판정했다. 동아일보DB
고려시대 최고(最古) 활자 논란을 빚은 증도가자가 가짜라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이에 앞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10월 3차원 컴퓨터단층촬영(CT)을 통해 청주고인쇄박물관의 증도가자가 위조된 가짜라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처음 규명했다.

미술 감정가인 최명윤 국제미술과학연구소장은 지난달 28일 열린 한국미술과학회 학술대회에서 ‘증도가자 기초학술조사연구 최종보고서로 본 증도가자의 진상’을 발표했다. 최 소장은 이 자리에서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제출한 증도가자 검증 보고서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그는 이 보고서에 실린 성분분석표에서 일부 활자의 규소(Si) 함량 비율이 최대 19.91%나 검출된 사실을 주목했다. 이 정도로 높은 규소 함량이라면 고려시대에 존재하지 않은 구리와 규소의 합금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흔히 구리의 부식을 방지하거나 인장강도(引張强度)를 높이기 위해 규소 합금을 만든다.

최 소장은 “규소의 높은 함량은 고철을 재활용하는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을 보여준다”며 “고려시대가 아닌 근래에 제조된 활자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상당수 활자의 구리 성분비율이 50% 미만인 점도 석연치 않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 청동 유물의 구리 성분 비율이 대부분 80∼90%에 이르는 반면 증도가자 일부 활자의 구리 성분 비율은 고작 8∼12%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국립문화재연구소 보고서의 부실한 연구방법도 도마에 올랐다. 개별 활자에 대한 조사표와 해당 실측도면의 측정치가 서로 다른 게 눈에 띈다. 예컨대 ‘光(광)’자 활자는 조사표에서 가로와 세로가 각각 12.36mm, 13.03mm로 적혀 있다. 그러나 도면에서는 가로와 세로가 각각 11.9mm(활자 옆 공간 포함 15.1mm), 12.7mm(〃 13.2mm)로 돼 있다.

최 소장은 “이처럼 기본적인 크기마저 제대로 실측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 번각본과 서체를 비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재정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이 지난달 14일 한국서지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증도가자 기초학술조사연구에 대한 문제제기’도 증도가자 성분 분석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法(법)’자 파괴분석에서 검출된 Tc(테크네튬)은 자연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20세기 들어 인공적으로 만든 원소라는 것이다. 이 학예연구관은 “Tc이 나온 것은 증도가자가 위조됐거나 분석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증도가자#최명윤#활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