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매거진]복고풍의 부활?… 올가을 추억을 입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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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가지 키워드를 통해 본 올 가을겨울 패션

올 가을겨울에는 체형에 딱 맞는 의상보다 사이즈가 넉넉한 외투가 유행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여성스러운 느낌을 강조한 여성 브랜드 ‘티렌’의 겨울코트. 티렌제공
올 가을겨울에는 체형에 딱 맞는 의상보다 사이즈가 넉넉한 외투가 유행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여성스러운 느낌을 강조한 여성 브랜드 ‘티렌’의 겨울코트. 티렌제공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은, 패션계에선 절대 승자도 패자도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오늘의 ‘스키니 진’이 있다고 해도 그 인기가 천년만년 이어지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뜻이다. 20년 전 동네 바닥을 쓸고 다녔던 ‘힙합 바지’가 패션의 대세였다는 것을 떠올려보면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올해 가을 겨울 패션을 논하기 전에는 먼저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을 해야 할 것 같다. 대부분의 패션 업체들은 올해 가을 겨울 패션에 대해 ‘1970년대부터 1980년대를 아우르는 복고 패션이 유행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스키니 진으로 대표되는 요즘 시대에 보면 ‘촌티’ 날 것 같은 통 넓은 바지나 몸매를 덮고도 남는 큰 사이즈의 재킷, ‘어머니 세대’가 즐겨 입었던 이른바 ‘고동색’ 블라우스나 바지 등이 인기 의상으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패션 브랜드 ‘그레이양’의 최은경 디자이너는 “구치나 마크 제이콥스, 샤넬 등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들도 복고풍의 의상과 액세서리를 잇달아 선보였다”며 “과거에 대한 향수와 1970년대 히피 문화 등을 통해 나타난 자유로움에 대한 갈망 등이 복고풍의 인기 이유로 꼽힌다”고 말했다.

올해 가을 겨울 유행할 패션은 어떤 것들일까. 동아일보 Q섹션은 패션업계 전문가들을 통해 3가지 키워드를 꼽았다.

▼길고 넓고 깊다, 자유로움을 꿈꾸는 세련된 당신은…▼


그레이양의 코트
그레이양의 코트

Long… 길어진 코트

최근까지 국내외 패션계의 키워드는 ‘슬림’ 혹은 ‘숏’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날씬하고 선이 살아있는 듯한 몸매를 뽐내기 위해 사람들은 저마다 몸에 딱 붙는 의상들을 경쟁적으로 입고 다니며 자신의 몸매를 과시해 왔다. 여성의 경우 치마의 기장을 짧게 해 각선미를 드러내는 데 중점을 두었고 남성도 날씬한 다리는 물론이고 복숭아 뼈를 살짝 보이게 하기 위해 일반 바지보다 다소 기장이 짧은 ‘9분 바지’를 소화하는 데 노력해 왔다.

하지만 올해 가을 겨울은 슬림 혹은 숏과는 정반대의 의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삼성패션연구소에 따르면 길이가 긴 제품이 유행할 것이라는 예측에 대해 “획일화된 패션 틀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감성을 추구하려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며 “특히 이른바 ‘스트리트 패션(길거리 패션)’을 추구하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자유분방하고 편안한 느낌의 겹쳐 입는(레이어드) 의상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우선 코트의 경우 기존의 ‘반코트’ 형태보다 더 길어져 무릎 아래까지 떨어지는 형태가 올해 가을 겨울 코트 유행의 핵심이다. 여성 드레스 역시 무릎부터 발목까지 내려간, 긴 형태가 주를 이룰 전망이다. LF의 최경원 상무(숙녀복 담당)는 “허리까지는 몸매와 밀착된 형태를 띠면서 그 밑으로는 퍼지는 스타일 혹은 일자로 밀착되어 내려오는 ‘롱 앤드 슬림’ 스타일의 의상들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며 “단순히 길이가 길어지는 것이 아닌 그 안에서도 멋스럽게 다양한 변화들이 시도되고 있다”고 말했다.

남성복 역시 무릎 밑까지 내려오는 트렌치 코트 등 길이가 길어진 제품들이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단순히 길이만 길어지면 전체적으로 심심할 우려가 있어 색이나 무늬 등이 다양해질 것으로 보인다. 남성복 브랜드 ‘로가디스’의 경우 네이비, 차콜그레이 등 다양한 색의 ‘오버사이즈 코트’, 뒤집어 입을 수 있는 ‘리버서블 코트’ 같은 활용도가 높아진 의상들 등 다양한 형태의 의상들을 준비 중이다. ‘로가디스 컬렉션’의 이하나 디자인실장은 “길이가 길어지면서 의상들의 느낌은 한결 편안해지고 효율성과 활용도는 높아질 것”이라며 “날씨나 상황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형 의상들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폴앤앨리스의 ‘오버롤’
폴앤앨리스의 ‘오버롤’

Wide… 넓어진 바지

이번 가을 겨울 패션의 핵심 의상 중 하나는 바지다. 그동안 패션계를 주름 잡았던 ‘스키니’ 형태의 바지 대신 바람이 확확 들어올 법한 통 넓은 바지들이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 럭셔리 브랜드는 물론이고 국내 브랜드까지 ‘복고풍’ 분위기에 맞는 통 넓은 바지(와이드 팬츠)들을 다양하게 내놓고 있다.

대표적으로 일명 치마바지로 불리는 ‘퀼로트’를 들 수 있다. 올해 봄여름부터 인기를 끌기 시작한 퀼로트는 찬 바람이 부는 가을 겨울에도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가죽과 저지 소재로 만든 퀼로트 바지를 내놓은 여성복 브랜드 ‘딘트’는 가을 겨울 패션인 만큼 퀼로트를 부츠와 함께 꾸밀 것을 강조하고 있다. ‘질바이질스튜어트’에서도 이런 형태의 7분 바지를 내놨다. 이 밖에 발목까지 내려가는 긴 바지를 입을 때 허리를 잘록하게 보이기 위해 벨트로 포인트를 주는 ‘하이웨이스트’ 스타일의 바지, 울과 데님 소재로 발목 끝단만 풍성하게 만든 ‘크롭 플레어 팬츠’ 등도 인기 의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바지의 통이 넓어지면서 액세서리들도 자연스럽게 1970년대를 연상케 하는 복고 스타일을 따르게 됐다. 두껍고 둥근 형태에 금속 자물쇠가 달려 있는 ‘닥터백’ 형태의 ‘길리에’ 가방, 킬힐이나 앞코가 뾰족한 구두가 아닌, 통굽에 둔탁한 모양의 ‘브레라’ 브랜드의 채플린 로퍼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복고풍을 연출하는 데 있어 중요한 점 중 하나는 ‘촌스럽지 않게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복고풍 속에서도 현대적인 감각이 살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레이양의 최은경 디자이너는 “통 넓은 바지는 상의와 하의 같은 계열로 통일하거나 상의를 ‘톱’ 형태의 짧은 종류로 입어 길고날씬하게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빨질레리의 가죽 재킷
빨질레리의 가죽 재킷

Deep… 그윽한 색과 가죽의 부활

올해 가을 겨울에 ‘대세’로 떠오른 색은 붉은빛이 감도는 갈색 혹은 와인색이다. 이 계열에는 세계적인 색채전문기업 ‘팬톤’이 올해 초 ‘올해의 색’으로 선정한 팥죽 느낌이 나는 ‘마르살라’를 비롯해 마르살라보다 붉은빛이 더 강조된 ‘버건디’ 등이 있다. 붉은 색과 갈색의 농도의 차이에 따라 다소 다를 수 있지만 깊고 진한 느낌을 준다는 점은 공통점으로 꼽을 수 있다.


특히 여성복의 경우 통 넓은 바지나 긴 코트 등에 이 계열의 색이 들어가면 전체적으로 우아한 느낌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여성복 브랜드 ‘럭키슈에뜨’의 김태연 디자인실장은 “올해 가을 겨울은 그동안 무채색의 단순한 스타일에서 벗어나 여성스러움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시작점이 될 것”이라며 “마르살라, 버건디 등의 색을 과감하게 전면에 사용해 극적인 느낌을 주는 의상들이 다수를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다소 어두워 무겁게 느껴질 것을 막기 위해 간혹 의상 곳곳에 오렌지 느낌의 ‘탠저린’ 색이 들어간 의상들도 적지 않다. 기하학 무늬를 넣어 단조로움을 없앤 ‘딘트’의 ‘푸시 보’(목둘레를 묶는 리본이 들어간 스타일) 블라우스도 있다.

복고풍의 유행에 맞춰 소재에서도 가죽이나 모피(퍼)가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올해 가을 겨울에는 가죽 재킷이나 코트 등 가죽 본연의 재질을 살린 제품들이 많이 등장했다. 여기에 긴 코트나 긴 재킷 등 길이가 길어진 옷들이 나타나면서 모피를 활용한 제품도 새로 등장했다. 특히 모피가 주는 ‘풍성함’이 너무 부하다는 평가를 받아왔으나 올해 가을 겨울에는 비교적 사이즈가 큰 제품이 인기를 얻으며 자연스럽게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이런 경향은 특히 남성복에서 나타나고 있다. ‘시리즈’는 오토바이 여행을 주제로 한 양 가죽 재킷인 ‘포데로사’를 내놨다.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는 가죽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는 등 ‘빈티지 패션’을 표현하려 했다는 것이 시리즈 측의 설명이다.

‘빨질레리’는 외모에 관심 많고 자신만의 개성을 추구하는 남성들을 겨냥해 양가죽 스웨이드로 만든 버건디 색의 재킷과 코트를 내놨다. 윤재원 빨질레리 디자인실장은 “도시에 살면서 야외 활동을 두루 즐기는 남성들이 늘면서 옷 무게는 줄어든 대신 소재나 색 등 외관은 고급스럽게 보이는 제품이 인기”라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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