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벚나무’ 영어명은 ‘다케시마 체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2일 09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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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벚나무
울릉도 벚나무

대한민국 울릉도에서만 자라는 벚나무가 있다. 육지 벚나무보다 꽃이 크고 탐스럽게 피는데다 열매도 더 크다. 전 세계의 벚나무 중에서도 특이한 품종이다. 이 벚나무의 이름은 무엇일까. 얼핏 생각하면 울릉도 벚나무일 것 같지만, 사실은 ‘다케시마(竹島) 벚나무’다.

올해로 광복 70주년을 맞았지만 한국의 식물은 여전히 일제 강점 상태다. 심지어 일본이 독도와 울릉도를 부르는 이름인 다케시마가 한국 고유종에 여럿 남아 있다.

가장 대표적인 품종이 울릉도 벚나무. 이 품종을 부르는 일반 영어 명칭은 ‘다케시마 체리’(Takeshima flowering cherry)다. 다른 울릉도 고유종인 섬광대수염, 울릉장구채 역시 학명(學名)에 다케시마라는 영문 명칭에 남아 있다.

섬광대수염
섬광대수염
울릉장구채
울릉장구채

이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은 처음 한반도의 식물을 분류한 것이 일본인이기 때문이다. 위의 식물 3종은 모두 일본인 나카이 다케노신(中井猛之進)이 발견했다. 나카이는 발견한 식물 이름에 지명을 붙이는 관례에 따라 모두 일제의 울릉도 행정구역명인 다케시마를 포함시켰다. 산림청 국립수목원 관계자는 “국제 식물규약에 따라 한번 붙은 이름은 바꿀 수 없다”며 “안타깝지만 학명으로 표기된 다케시마는 앞으로도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일반명은 바꿀 수 있다. 정부도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영문명 변경에 나섰다.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소나무의 이름은 ‘일본 소나무’(Japanese red pine)에서 ‘한국 소나무’(Korean red pine)로, 벚나무는 ‘일본 벚나무’(Japanese flowering cherry)에서 ‘동양 벚나무’(Oriental flowering cherry)로 바꾼다. 국립수목원 측은 “우리가 영문명을 바꾸더라도 외국인에게 이를 강제할 방법은 없는 상태”며 “바꾼 이름을 더 많이 사용해 국제 관행으로 정착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최근 이름을 바꾼 한국 고유식물은 전체 고유종(4172종)의 60%인 2500여 종에 이른다. 국립수목원은 14일까지 정부대전청사 1층에서 바꾼 식물 이름 전시회를 연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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