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편견’에 대한 ‘편견’을 깨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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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이란 무엇인가/애덤 샌델 지음·이재석 옮김/436쪽·1만6000원·와이즈베리

오랫동안 편견(prejudice)은 합리적 사고를 방해하는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전통 습관 종교 등에 의해 무의식중에 머릿속에 들어온 사고나 가치 체계가 이성적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근대 철학자인 베이컨, 데카르트는 물론이고 ‘이성’의 대가 칸트도 이성의 강력한 적 가운데 하나로 편견을 들었다. 저자는 이를 편견을 배격하는 판단, 즉 모든 권위와 영향력에 의존하지 않고 이해관계 등에 빠지지 않는 ‘비관여적 판단(detached conception)’이라고 정의했다. 하지만 저자는 편견이 나쁘다는 편견에 도전한다.

우리 주변 환경의 특정한 성격과 편견(전통 습관 등)이 실제로 우리가 더 좋은 판단을 내리게 한다는 ‘정황적 이해(situated understanding)’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편견은 이성을 배반하는 게 아니라 이성의 한 가지 표현이라는 주장이다.

저자는 이런 철학적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하이데거와 가다머의 철학이론을 제시하고 발전시킨다. 난해하기로 유명한 하이데거의 개념들, ‘세계-내-존재(Being in the world)’나 현존재(Dasein), 던짐과 던져짐 등에 익숙하지 않다면 쉽게 책장이 넘어가지 않는다. 저자도 그런 애로를 잘 아는지 아예 난해한 개념들을 편견과 결부해 설명하는 데 책의 상당 분량을 할애하고 있다.

저자는 ‘바르게 이해된 편견’이 ‘명료한 사고를 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점을 멀리는 아리스토텔레스까지 거슬러 올라가 입증하고 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의 이해로부터 문화적 역사적 선개념을 제거하려는 시도는 우리가 진리에 이르지 못하게 하며 오히려 혼란만 부추길 뿐이다.”

출판사는 자꾸 강조하지만 굳이 ‘정의란 무엇인가’로 유명한 마이클 샌델의 아들이라는 점에 기대지 않아도 될 정도로 저자는 훌륭한 이력을 갖고 있다. 그는 옥스퍼드대에서 정치학 박사를 받고 현재는 하버드대에서 사회학을 가르치고 있다. 아버지의 책처럼 쉽게 읽히진 않지만 ‘편견’에 대한 ‘편견’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을 만하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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