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미친 라이브’… 소문난 잔치, 굉장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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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서 만난 ‘트웬티원파일러츠’

미국 록 듀오 트웬티원파일러츠의 조시 던(왼쪽)과 타일러 조지프가 26일 오후 경기 안산M밸리록페스티벌에서 관객들이 떠받치는 널빤지 위에 서서 북을 두드리고 있다. CJ E&M 제공
미국 록 듀오 트웬티원파일러츠의 조시 던(왼쪽)과 타일러 조지프가 26일 오후 경기 안산M밸리록페스티벌에서 관객들이 떠받치는 널빤지 위에 서서 북을 두드리고 있다. CJ E&M 제공
미국 오하이오 주 출신의 록 듀오 트웬티원파일러츠(Twenty One Pilots)가 꾸민 26일 오후 무대. 50분은 쏜살같았다. 지난주 열린 경기 안산M밸리록페스티벌(24∼26일)에서 가장 뜨거운 시간이었다.

‘미친 라이브’란 풍문은 거짓이 아니었다. 무대 위는 액션 영화 촬영장을 방불케 했다. 고교 농구선수 출신인 보컬 타일러 조지프는 마이크를 들고 뛰어난 탄력으로 무대 위를 붕붕 날아다니다가 객석 뒤편에 있는 10m 높이의 조명탑 위로 기어 올라가 노래했다. 드러머 조시 던은 커다란 동작으로 폭발하듯 북을 두드리다 조지프의 건반 위로 뛰어올라가 공중제비를 돌며 착지했다.

1988년생 동갑내기 대학친구 둘이 2009년 결성한 이 팀은 환상적인 라이브로 동네 인디밴드에서 몇 년 만에 세계적 스타로 올라섰다. ‘미친 사람들처럼 공연한다’는 입소문 하나로 세계 록 페스티벌을 휩쓸더니 결국 올해 5월 낸 4집 ‘Blurryface’를 빌보드 앨범차트 1위에 올렸다.

한국에도 2012년부터 몇 차례 방문한 이들을 26일 공연 전 만났다. 두 사람은 “무대 오르기 직전에 늘 손을 포개고 한국말 구호 ‘안! 녕! 하세! 요!’를 외치며 투지를 다진다”고 했다. ‘안! 녕! 하세! 요!’는 빌보드 정상을 차지한 앨범의 수록 곡 ‘Tear in My Heart’의 도입부에도 쓰였다.

조명탑에 올라갔다 내려와 관객의 환호 속에 무대로 뛰어가는 타일러 조지프. CJ E&M 제공
조명탑에 올라갔다 내려와 관객의 환호 속에 무대로 뛰어가는 타일러 조지프. CJ E&M 제공
던은 “오하이오 주 콜럼버스에 있는 우리 집에 하숙하던 한국인 유학생에게서 한국어를 좀 배운 뒤 그 매력에 홀딱 빠졌다”고 했다. “공연으로 세계를 돌며 수많은 언어로 ‘헬로’를 익혔지만 ‘안녕하세요’만큼 매혹적인 인사말은 없었어요. 발음도 ‘쿨’하고, 무엇보다 네 박자에 매혹적으로 들어맞죠. 글자 생김새까지 멋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좋아요’ ‘건배’…. 한국어를 더 배워 보고 싶어요.”(던) “세계 어딜 가든 저희 인사말은 ‘안녕하세요!’예요. 심지어 일본 공연을 가도 그렇게 인사하죠. 하핫.”(조지프)

트웬티원파일러츠의 음악은 연유와 에스프레소를 경쟁하듯 번갈아 퍼부은 커피 같다. 록, 전자음악, 레게를 뒤섞고 에미넘처럼 톡 쏘는 랩에 중독적인 멜로디 라인을 결합한다. 라면처럼 중독적인 음악을 하는 이들이 속한 음반사 이름도 ‘퓨얼드 바이 라멘(라면 먹고 힘내서)’이다.

팔뚝 가득 문신을 새기고 은행 강도 복면을 쓰거나 목과 손목을 까맣게 칠하고 무대에 오르는 둘은 뜻밖에 독실한 개신교 신자다. “미친 라이브 비결요? 파티 하지 않기. 알코올에 집착해 집중력 잃는 밴드를 많이 봤거든요. 공연 전엔 술 대신 고카페인 음료를 마셔요. 탄수화물을 충분히 섭취하고요. 조용히 쉬면서 공연 때 터뜨릴 에너지를 축적해요.”(던)

“조시와 전 둘 다 어려서부터 나가 노는 걸 장려하는 집안에서 자랐어요. 어디든 기어오르고 뭔가를 만들고…. 무대 위에서 저흰 하고 싶은 걸 할 뿐이에요. 아이로 돌아가려 노력할 뿐이죠. 과거에 우리 자신이었던, 바로 그 아이 말이에요.”(조지프)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트웬티원파일러츠#안산m밸리록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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