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와 수묵화가 만났다…김현정 갑골문자 漁, 家 개인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16일 15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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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와 수묵 채색이라는 전통적 기법으로 중국 고대의 갑골문자를 그림으로 형상화해 내면을 표현한 녹린 김현정 작가의 개인전이 7월 22일부터 28일까지 인사동 갤러리 M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물고기 어(魚)’와 ‘집 가(家)’ 자를 소재로 작업한 작품 30여 점을 선보인다.
작가는 집 가家 자를 활용해 현대의 아파트 안에서 펼쳐지는 인생살이를 표현했다. 그런데 이 집은 어떻게 보면 아늑하고 복작이며 어떻게 보면 무덤이나 공동묘지처럼 보이기도 한다. 살면서 안정적이라고 느꼈던 공간, 우리가 삶이라고 불렀던 것이 사실은 어떤 면에서 죽음과 별다를 바 없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 작가 스스로도 처음에 작업할 때는 삶의 부정적인 면이 많이 떠올랐지만, 작업을 하면서 긍정적인 요소를 집 안에 넣기 시작했다고 한다.
물고기 어魚 자로 작업하면서 한 가지 형태의 물고기를 가지고 떼를 짓기도 하고 따로 떨어뜨리기도 하고, 홀로 두기도 하며 추상적으로 변형을 거듭했다. 그 단순성에서 오는 자유로운 표현을 통해 우리가 사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그 안에서 분쟁과 대립이 아닌 조화와 자유에 대한 바람을 표현했다.

김현정 작가는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지만 미술을 전공하진 않았다. 대신 호기심이 많아, 지구를 조각하는 예술인들(?)이 모인다는 토목을 전공했다.

2002년 월드컵으로 뜨거웠던 5월, 36세 때 뇌경색으로 반신불수까지 경험한 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로 결심했다. 유화를 배우고, 문인화도 배우던 중 우연히 서예크로키의 창시자 석창우 선생님을 만나 서예를 배우면서 문자추상을 하게 되었다. 석창우 선생님이 그림 그리시는 걸 보고 망치로 얻어맞은 듯 충격을 받았다. 양팔은 없지만 마치 날개를 단 듯 붓을 들고, 훨훨 날았다. 자유로워 보였다.

남들이 그리는 그림은 안 그리려고 조영남 화백은 화투장을 그린다고 했다.

“나도 나만의 그림을 그리고 싶다.”

“난 세상을 사는 사람들을 그릴 것이고, 자칫 자유롭지 못할 뻔한 나를 자유롭게 그려볼
생각이다.”

서예라는 도구와 상징적 그림인 갑골문의 家와 魚 자를 통해 자신이 살아온 세계와 살아가고 싶은 세계를 찾아 나선 것이다.

박경모전문기자 mo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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