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고 싶을 때 아무 때나 훌쩍… 주제별 여행도 부쩍 늘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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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여행서 판매량 통해 본 한국인의 다섯 가지 여행 키워드

“어떤 여행책을 봐야 하지….”

휴가철이 다가오면서 설레는 마음으로 여행지를 찾는 이가 많다. 어떤 여행책을 사야 할지도 고민이다. 2014년 기준 해외여행객 1500만 명, 국내 여행객 3800만 명 시대. 한국인은 어떤 여행도서를 샀을까? 동아일보가 8일 국내 대형 서점과 2006∼2015년 여행도서 판매량을 분석해 보니 ‘5가지 여행 키워드’가 나왔다.

①쇼트(Short)

교보문고와 예스24가 집계한 2006∼2015년 해외여행 분야 연간 베스트셀러 1∼10위 책(200권)을 분석한 결과 유럽(25권) 여행서가 가장 많았다. 홍콩(12권), 도쿄(11권), 오사카(10권), 싱가포르(8권) 등 한 도시를 집중적으로 다룬 여행서가 뒤를 이었다.

유럽이 1위로 강세였지만 최근 3, 4년 사이에는 홍콩이나 대만, 방콕, 라오스 등 짧은(Short) 거리에 있는 아시아 국가의 여행서 매출이 크게 늘었다. 특히 올 상반기에는 오사카, 대만, 오키나와, 싱가포르, 홍콩 관련 여행서가 1∼5위에 올랐다. 회사원 최재원 씨(39)는 “주말에 연차를 붙여 휴가를 떠나는 경우가 많아 가까운 나라, 짧은 여행을 선호하는 친구들이 많다”고 말했다.

아시아권 여행서는 국제 이슈에 민감하다. 알에이치코리아 고현진 여행팀장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탓에 싱가포르, 홍콩 여행서가 반사이익을 누린 반면 올해는 일본 엔화 약세와 홍콩 독감으로 일본 여행서 인기가 올랐다”고 했다.

②리피터(Repeater)

‘여행서+α’의 경향도 두드러졌다. 베스트셀러 상위권에는 영국 작가 알랭 드 보통이 쓴 ‘여행의 기술’(2010년), 여행지에 감성을 녹인 ‘나만 알고 싶은 유럽 TOP10’(2014년) 등 산문과 그림, 인문적 요소 등을 추가한 책이 많았다.

시공사 원경혜 여행팀 차장은 “같은 여행지를 여러 번 찾는 리피터(Repeater)가 늘어나면서 ‘+α’가 중요해졌다”며 “기초정보는 빼고 핫 플레이스를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여행서 시리즈를 따로 발간 중”이라고 말했다.

③얼리 버드(Early bird)

여행서 구입 시기도 바뀌고 있다. 월별 여행도서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해마다 1∼3월 판매량이 월평균보다 최대 36%포인트까지 증가했다. 인터파크 홍보팀 정지연 과장은 “예전에는 여행책이 7, 8월 집중적으로 팔렸지만 이제는 1년 여행 계획을 미리 세워 항공권과 호텔을 싸게 예약하는 ‘얼리 버드(Early bird)’족이 많아져 연초에 여행서 구매가 집중된다”고 설명했다.

④코스(Course)

국내 여행서는 특정 지역보다는 ‘대한민국 웬만한 곳은 다 있다’ ‘주말여행 컨설팅북’처럼 별다른 준비 없이 떠날 수 있도록 여행 코스를 중점적으로 소개한 책이 인기였다. ‘주말여행 코스북’을 낸 길벗 출판사 민보람 과장은 “이제 여행은 시간이 날 때 가는 특별한 무언가가 아닌, 아무 때나 떠날 수 있는 취미생활이 됐다. 바로 떠나려면 코스 고민을 덜어줘야 한다”고 했다. 평일 오후에 갈 만한 여행 코스를 다룬 ‘반나절’ 여행서도 나오고 있다.

⑤디테일(Detail)

출판계는 1989년 해외여행 자율화로 시작된 단체여행(1.0), 1990년대 중반∼2010년 이전의 자유배낭여행(2.0) 시대에 이어 ‘세밀한’ 개인의 문화 취향대로 움직이는 ‘여행 3.0’ 시대가 최근 여행서적에 반영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최근 발간된 ‘일본으로 떠나는 서양 미술 기행’은 고흐, 르누아르 작품 등이 전시된 일본 미술관을 소개한 책이다. ‘만화를 찾아 떠나는 일본 여행’ ‘유럽 도자기 여행’ 등도 비슷한 유형이다.

미래의창 박정철 편집장은 “향후 6개월이나 장기간 체류하며 여행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도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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