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Dining3.0]족편·라후테·바이주러우… 영양만점 돈육요리 삼국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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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돼지고기 요리 Best

Q: 한국인이 가장 많이 먹는 고기는?( )

①쇠고기 ②닭고기 ③돼지고기 ④양고기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가 마련한 요리교실 참석자들이 돼지고기를 재료로 한 요리를 만들고 있다.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 제공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가 마련한 요리교실 참석자들이 돼지고기를 재료로 한 요리를 만들고 있다.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 제공
답은 ‘③돼지고기’다. ‘2014 농림수산식품 주요 통계’에 따르면 2013년 기준으로 우리 국민의 1인당 돼지고기 소비량은 연간 20kg에 이른다. 이는 전체 육류 소비량(42.7kg)의 절반 가까이에 해당한다. 돼지고기 소비량은 닭고기(11.5kg)와 쇠고기(10.3kg)의 두 배 정도다.

돼지고기 소비량이 많은 것은 상당 부분 한국인 특유의 삼겹살 사랑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삼겹살 이외의 돼지고기로 만들 수 있는 요리는 무척이나 많다.

돼지고기에 기름이 많다고 기피하는 사람도 더러 있지만, 돼지고기는 영양학적으로 우수해 적절하게 요리하면 보양식·건강식이 된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 따르면 돼지고기는 허약한 사람을 살찌게 하고 특히 성장기 어린이의 발육에 좋다. 또 노인의 기력 회복은 물론이고 보혈 작용을 해 빈혈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정상은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은 “돼지고기를 장시간 삶거나 끓인 후 기름을 걷어내 동물성 지방 함량을 줄이면 영양 만점의 요리가 된다”고 말했다. 위원회의 도움을 받아 한국과 중국, 일본 등 3국의 독특한 돼지고기 건강식 요리에는 무엇이 있는지를 알아봤다.

임금부터 서민까지 먹었던 족편.
임금부터 서민까지 먹었던 족편.
한국: 임금부터 서민까지 먹었던 족편

족편(足片)은 원래 소의 발, 가죽, 꼬리 등을 오랫동안 고아서 양념을 한 뒤 고명을 뿌려 식힌 다음 굳혀서 묵처럼 만든 음식이다. 콜라겐을 장시간 가열하면 가용성 젤라틴으로 바뀌며 굳어진다는 성질을 이용한 것이다. 족병(足餠)이나 우족교(牛足膠), 교병(膠餠), 우두병(牛豆餠)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족편은 본래 쇠고기를 주(主)재료로 하지만 때에 따라서 돼지고기를 쓰기도 한다. 옛 문헌인 ‘규합총서(閨閤叢書)’에는 ‘저피수정회법(猪皮水晶膾法)’이라 하여 돼지껍질을 고아서 묵처럼 엉기게 하는 음식의 조리법이 소개돼 있다. 이 음식의 이름은 푹 고아진 돼지껍질이 묵처럼 굳어진 모습이 마치 맑은 수정 같다고 해서 붙여진 것이다.

족편은 차게 식혀 굳어진 상태로 먹어야 쫄깃한 질감을 느낄 수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겨울 음식으로 많이 먹었다. 더운 날씨에는 족편을 아무리 정성스럽게 만들어도 굳힐 수 없었다. 하지만 요즘은 집집마다 냉장고가 있어 여름철에도 차게 식혀 굳힌 족편을 맛볼 수 있다.

궁중에서는 족편을 크고 작은 행사의 잔칫상에 올리곤 했다. 조선 숙종 때 발간된 ‘진연의궤(進宴儀軌)’를 보면 족병(足餠)이라는 이름으로 기록되어 있는 족편이 궁중연회용 음식으로 이용됐음을 알 수 있다.

한편으로 족편은 서민의 음식이기도 했다. 특히 서민들은 족편의 재료로 비싼 쇠고기보다는 돼지고기를 즐겨 썼다. 그들은 돼지족을 삶아서 건져 낸 후 긴 뼈를 버리고 양념에 재웠다가 구운 족구이를 즐겨 먹었다고 한다.

장수마을 오키나와에서 많이 먹는 라후테.
장수마을 오키나와에서 많이 먹는 라후테.
일본: 장수마을 오키나와에서 먹는 라후테

일본의 오키나와(沖繩)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장수마을로 꼽힌다. 3대 성인병인 암, 심장병, 뇌중풍으로 죽는 여성의 비율이 일본에서 가장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키나와는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볼 때 일본 본토와는 다른 점이 많은 곳이다. 1871년까지는 류큐왕국이라는 이름으로 독자적인 문화를 구축해 왔기 때문이다. 식생활 역시 일본 본토와 차이 나는 점이 적지 않다.

이런 오키나와 식단에서 빠지지 않는 게 돼지고기다. 일본은 전반적으로 불교 신자가 많아 돼지고기를 잘 안 먹는 데 비해 오키나와에는 상대적으로 불교문화가 적게 전파돼 예전부터 주민들이 돼지고기를 즐겨 먹어왔다. 오키나와는 지금도 일본에서 돼지고기 캔의 소비가 가장 많은 지역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오키나와 사람들의 장수 비결을 동물성 지방을 없애는 특유의 조리법에서 찾는다. 구체적으로는 돼지고기를 충분히 삶거나 끓이면서 기름을 걷어낸다. 실제로 오키나와에 가면 다양한 돼지고기 요리를 맛볼 수 있는데, 굽거나 튀긴 요리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오키나와의 대표적 향토음식으로 꼽히는 것은 돼지고기를 깍두기처럼 썬 후 간장과 술 양념을 넣고 푹 고아 만든 라후테(ラフテ一)다. 라후테는 보쌈용 돼지고기를 물에 넣고 50∼60분 정도 삶아서 1∼1.5cm 두께로 썬 뒤 냄비에 자른 돼지고기와 국물, 아와모리(泡盛·오키나와 전통 소주)를 넣고 중불로 가열해 만든다. 나중에 설탕과 간장을 넣고 다시 푹 삶으면 완성된다.

이 외에도 삶은 돼지고기를 가늘게 채를 쳐서 오이나 무채 등을 섞어 초장으로 무친 미미나회, 삶은 돼지고기와 다시마를 채쳐서 볶는 가시마 이리지, 돼지고기에 다시마와 무를 함께 넣고 끓이는 소도키탕 등도 오키나와에서 인기 있는 돼지요리 요리로 꼽힌다.

베이징의 돼지고기 수육 바이주러우.
베이징의 돼지고기 수육 바이주러우.
중국: 베이징의 돼지고기 수육 바이주러우

중국 베이징(北京)의 돼지고기 수육인 바이주러우(白煮肉)는 수백 년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요리다. 이 음식은 명나라 때 만주족의 요리에서 유래했다. 당시 “겨울에 수육을 먹지 않으면 여름을 넘기지 못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그러다가 청나라 때 베이징으로 전파되면서 아직까지 베이징을 대표하는 돼지고기 요리로 꼽힌다.

바이주러우를 만드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뼈를 저민 삼겹살을 큰 덩이로 잘라서 껍질 부분이 위로 올라오게 끓는 물에 넣고 가마의 뚜껑을 덮는다. 이 고기를 센 불에서 익힌 다음 약한 불에서 2시간 더 끓인다. 이후 젓가락이 들어갈 정도가 되면 삼겹살 덩이를 가마에서 꺼내 식힌다. 그 다음으로 껍질을 벗기고 엷게 저민 후 간장, 마늘, 두부소스, 고추기름 등을 얹어 식탁에 올린다.

베이징에서는 1741년 문을 연 돼지고기 수육집인 ‘사궈쥐(砂鍋居)’가 유명하다. 당시 사궈쥐는 지름 1m가 족히 넘는 큰 가마를 걸어놓고 매일 돼지 한 마리씩을 잡아서 수육을 만들어 팔았다. 장사가 잘되어 점심 전에 돼지 한 마리가 다 팔려나가면 오후엔 가게 문을 닫고 쉬었다고 한다. 항간에서는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 사람을 두고 “사궈쥐의 간판이냐, 오후면 보이지 않게”라고 할 정도로 사궈쥐의 유명세가 대단했다고 한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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