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미스터리 소설? 우리사회·인간본성의 초상화 아닐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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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이는 책/존 코널리, 디클런 버크 지음/김용언 옮김/816쪽·2만3800원·책세상

결혼을 앞둔 쌍둥이 언니가 죽임을 당했다. 휘파람 소리가 들렸고, 언니의 비명소리가 들려 달려가 보니 언니는 ‘얼룩 띠!’라는 말을 남긴 채 죽었다. 한 달 뒤 동생도 언니가 죽은 날 들은 휘파람 소리를 듣는다. 공포에 떨면서 동생은 탐정을 찾아온다. 언니가 남긴 ‘얼룩 띠’란 말은 무슨 뜻일까?

아서 코넌 도일의 ‘셜록 홈스’ 시리즈 중 유명한 에피소드인 ‘얼룩 띠의 비밀’의 도입부다. 미스터리 작가 린다 반스는 ‘얼룩 띠의 비밀’을 비롯한 셜록 홈스 시리즈를 읽은 유년 시절의 기억에 대해 “관찰과 상상력을 이용해 영웅과 겨룰 수 있는 세계로 초대하듯 속삭였다”고 돌아본다.

이 책은 19세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영미문학사의 미스터리 대표작 121편에 대한 현대 미스터리 작가들의 비평이다. 책의 저자들은 다소 낯설지만 소개된 작품들은 반가운 것이 많다. 에드거 앨런 포의 ‘뒤팽 시리즈’와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 존 르 카레의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등을 비롯해 할런 코벤의 ‘밀약’, 데니스 르헤인의 ‘미스틱 리버’ 등 2000년대 소설에 이르기까지 미스터리 작품들의 구조와 의미를 두루 훑는다.

제임스 케인의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는 읽는 이들로 하여금 “도덕관념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살인까지 저지른 건달의 머릿속을 들여다보는” 기이한 체험을 하도록 이끌면서 80년이 지나서도 “여전히 스릴을 안겨주고 여전히 마음을 사로잡는” 생명력을 뿜는다. 애거사 크리스티의 ‘오리엔트 특급 살인’은 “멋진 해결로부터 느끼는 지적이고 문학적인 즐거움보다는 정의와 법과 범죄 행위에 대해 크리스티가 제기한 개념들이 더 오래 여운을 남긴다”.

이렇듯 미스터리 소설이 시대에 따라 담아내는 사회상과 더불어 인간의 본성과 사회 정의를 성찰하게 한다는 점에서 이 ‘독후감’들은 의미 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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