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반호 교수 “사회지도층의 도덕적 책무 중시한 선비정신서 세월호 이후의 길 찾아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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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철학자 홍콩 아이반호 교수 강조

필립 아이반호 홍콩시티대 석좌교수는 세월호 사건을 겪은 한국 사회가 도덕적 책무를 중시한 선비 정신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필립 아이반호 홍콩시티대 석좌교수는 세월호 사건을 겪은 한국 사회가 도덕적 책무를 중시한 선비 정신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한국의 빛나는 전통사상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1일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만난 필립 아이반호 홍콩시티대 석좌교수(60)는 “세월호 해운사 오너는 돈이 충분했지만 경제성만 따지다 참사를 키웠다”고 말했다. 스탠퍼드대와 미시간대, 보스턴대 교수로 재직한 아이반호 교수는 영미권 동양철학계에서 잘 알려진 학자다. 아이반호 교수는 고려대 문과대가 주최한 ‘금호아시아나 해외 석학 초청강좌’에 참석하기 위해 최근 방한했다.

그는 “공동체 중심의 삶을 강조하는 한국 전통사상에서 세월호 사건의 교훈을 얻어야 한다”며 “유병언 씨(일가)를 구속하는 것보다 기업인들이 도덕적 책임감을 가질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드는 게 시급하다”고도 말했다.

그는 전통사상과 관련해 조선시대 선비문화에 주목해 퇴계와 율곡, 다산의 학문을 정리하는 책을 집필 중이다. 그는 “조선시대 선비들은 지성적 측면뿐만 아니라 사회 지도층으로서 도덕적 책무도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며 “세월호 이후 한국사회에서 선비정신이 갖는 시사점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고려대 강좌에서 아이반호 교수는 동양철학에서 행복의 의미를 재조명하는 데 관심을 기울였다. 그는 “동아시아 전통사상에서 행복이란 우리가 공동체의 일부로 연결돼 있다는 관점에서 출발한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현재의 심리 상태나 물질적 쾌락에서 행복을 찾으려고 해서는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동양사상은 도(道)와 조화를 이룬 삶, 공동체 안에서 조화를 추구하는 삶을 중시했다는 설명이다.

중국 전문가로서 한중 관계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최근 중국의 부상에 대한 한국인들의 우려에 대해 “한국이 긴 역사적 시각을 갖고 중국을 바라본다면 전혀 걱정할 게 없다”고 단언했다. 1980년대 호황을 맞은 일본이 미국 경제를 장악할 것이라는 여론이 들끓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예로 들었다. 아이반호 교수는 “중국은 이미 과거 2000년간 세계 최고의 경제대국이었지만 한국과 비교적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관심 사안에 대해 진화론과 유학이론을 결합한 학제 간 연구와 더불어 한중일 3개국 유학사상에 대한 비교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세월호#동양철학#선비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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