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다양한 그림과 떠나는 물리여행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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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로 보는 32가지 물리이야기/레오나르도 콜레티 지음·윤병언 옮김/360쪽·1만6000원·작은 씨앗

움베르토 보초니의 ‘동시적 착상’. 복잡한 세상에 묻혀 도시를 바라보는 그림 속 여인의 관찰자적 입장은 세계의 총체적 모습에 대한 답을 내려 했던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세와 닮아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작은 씨앗 제공
움베르토 보초니의 ‘동시적 착상’. 복잡한 세상에 묻혀 도시를 바라보는 그림 속 여인의 관찰자적 입장은 세계의 총체적 모습에 대한 답을 내려 했던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세와 닮아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작은 씨앗 제공
‘허구한 날 숫자 속에만 파묻혀 산다’고 구박받는 청년 물리학도가 푸른 눈에 꿀빛 머리카락을 날리는 여자친구의 손에 이끌려 미술전시회를 보러 간다. 그런데 그림엔 백치일 것 같은 이 남자, 움베르토 보초니의 작품 ‘동시적 착상’ 앞에서 야릇한 미소를 짓는다.

“물리학이 시작되는 순간을 아주 정확하게 표현한 그림이군.”

여인이 서로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는 복잡한 도시의 모습을 표현한 작품에서 남자는 물리학의 기원을 읽어낸다. 세상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를 탐구하는 물리학자의 시선이 그림 속 여인의 시선과 다르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탈리아 물리학자인 저자는 미술관 데이트에 나선 두 남녀의 대화를 빌려 물리학 이론과 개념을 풀어낸다. 조르주 쇠라의 ‘초원의 말’에서는 관성을, 에두아르 마네의 ‘막시밀리안 황제의 처형’에서는 작용과 반작용을, 피터르 브뤼헐의 ‘죽음의 승리’에서는 엔트로피 현상을 찾는 식이다.

책을 관통하는 주제는 미술과 과학의 상관성이다. 미술이 주체의 시각 경험을 표현하는 시각철학이라면 과학은 현실세계에 대한 총체적 관찰을 기초로 한 자연철학에서 출발했다. 철학이라는 공통분모 속에서 명화와 물리학의 접목은 억지스럽지 않다. 다만 남녀 커플의 대화라지만 그들의 예술적 언어와 물리학적 언어는 여전히 어렵다.

사실적 기법으로 파이프를 그려놓고 그 아래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Ceci n'est pas une pipe)’라고 쓴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 ‘이미지의 배반’ 앞에서 ‘그래, 실제 사물과 그 사물을 재현한 이미지는 결코 같지 않아’라며 고개를 끄덕이기 쉽지 않다. 그런데 물리학도라는 남자 주인공은 여기에 한 술 더 뜬다. “물리학에서 원자도 존재하는 게 아니라 그 모델이 존재하는 거야.” 이쯤 되면 독자들이 그의 여자친구처럼 말할지도 모르겠다.

“파이프는 둘째 치고 조금 있으면 내 머리에서 연기가 나겠어!”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명화로 보는 32가지 물리이야기#물리학#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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