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오페라 개혁’으로 더 유명해진 작곡가 글루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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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아르헨티나 콜론 극장이 공연한 글루크의 오페라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동아일보DB
2009년 아르헨티나 콜론 극장이 공연한 글루크의 오페라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동아일보DB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속 작가의 모델인 오스트리아 소설가 슈테판 츠바이크는 회상록 ‘어제의 세계’에서 19세기 말 빈 사람들이 숭모했던 음악사 속 ‘빈의 일곱 별’을 회상합니다.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 브람스, 요한 슈트라우스 2세….

또 한 사람은 누구일까요? 오늘날 콘서트홀에서 베토벤 못잖은 인기를 누리는 말러일까요? 하지만 츠바이크의 시대에 말러는 작곡가로서 확고한 위상을 확립하지 못했습니다. ‘일곱 별’ 중 남은 하나는, 오페라 작곡가 크리스토프 빌발트 글루크(1714∼1787·사진)였습니다. 뜻밖이죠? 음악 팬들에게도 글루크의 곡 중 들어본 곡은 오페라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에 나오는 ‘정령들의 춤’이나 아리아 ‘에우리디체 없이 어찌 할까’ 정도이니까요.

그렇습니다. 글루크가 오늘날 즐겨 연주되는 작곡가는 아닙니다. 그러나 그는 다른 ‘별’들 못잖은, 또는 더 큰 영향을 음악사에 남겼습니다. 그가 주도한 ‘오페라 개혁’을 통해서입니다.

그가 살던 시대 오페라는 독창자들의 비중이 너무 커져 악보를 아무렇게나 바꿔 부르며 기교를 과시하기 일쑤였습니다. 글루크는 이러한 경향에 반대해 “오페라에서 음악은 극에 엄격히 종속되어야 한다”고 외쳤습니다. 줄거리도 황당한 화려함을 버리고 한층 사실적이 되어야 했습니다.

지금까지의 경향을 버리라는 요구에 반대가 없을 수 없습니다. 당시까지의 오페라 경향을 따르던 사람들은 이탈리아 작곡가 니콜라 피치니를 중심으로 모여 글루크의 혁신에 맞섰습니다. 그러나 지나치게 기교를 과시하는 가수들, 황당무계한 줄거리에 넌덜머리를 내던 관객들은 차츰 글루크의 진지한 창작법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습니다.

오늘날의 음악계엔 개혁이 필요 없을까요? 작곡가들과 청중은 진지한 소통관계를 이루고 있을까요? 유럽에선 오페라가 지나치게 ‘연출가의 독창성’에 의존하는 것은 아닐까요? 음악성 외의 다른 요인들이 성공에 더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지는 않을까요?

내일(2일)은 글루크 탄생 300주년 기념일입니다. 마침 지난주 발매된 바이올리니스트 유시연의 새 앨범 ‘회상’에 그의 ‘정령들의 춤’이 ‘멜로디’라는 제목으로 실렸습니다.

유윤종 gustav@donga.com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오페라#크리스토프 빌발트 글루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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