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소하게, 간소하게, 간소하게 살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7일 03시 00분


코멘트

[말이 세상을 바꿉니다/잊지 못할 말 한마디]
美사상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


김경집 (인문학자·전 가톨릭대 교수)
김경집 (인문학자·전 가톨릭대 교수)
탐욕은 브레이크가 없다. 그것을 억제하는 외적 장치인 규제조차도 그것을 온전히 막지 못한다. 그런데도 기업들은 그것들을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대통령은 그것들을 암적 존재라고 단언하면서 손을 들어주며 화답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새순처럼 곱디고운 우리 아이들을 저 차가운 바다에서 두려움과 원망에 떨며 눈 감게 했다. 결국 그 원인의 뿌리는 천박한 탐욕이었다.

욕망이 없는 삶도 사람도 없다. 모든 욕망이 나쁜 건 아니다. 자신을 더 나은 존재로, 보다 인격적이고 사람다운 삶으로 살게 이끄는 내적 힘이기도 하다. 그러나 물질에 대한 욕망은 자칫 인간 전체를 망가뜨리고 삶을 타락시키기 쉽다. 그걸 덜어내야 자유롭고, 삶도 사랑도 더 농밀해진다. 쓸데없는 욕망이 나를 갉아먹으려 할 때 나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1817∼1862)의 이 말을 기억한다. 월든 호숫가에 두 평 남짓한 작은 통나무집을 제 손으로 짓고 직접 농사지어 자급자족하며 노예로서의 삶을 근원적으로 거부한 소로가 원한 것은 ‘자유로운 개인’으로서의 삶이었다.

그는 월든에서 “간소하게, 간소하게, 간소하게 살라! 제발 바라건대, 여러분의 일을 두 가지나 세 가지로 줄일 것이며, 백 가지나 천 가지가 되도록 하지 말라. 백만 대신에 다섯이나 여섯까지만 셀 것이며, 계산은 엄지손톱에 할 수 있도록 하라”라고 말했다. 그가 숲 속으로 들어간 것은 인생을 ‘의도적으로’ 살아보기 위해서였다. 그래야 죽음을 맞았을 때 ‘헛된 삶을 살았구나’ 하며 탄식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내가 대학교수를 그만두고 충남 서산 해미읍성 인근에 마련한 작업실 수연재(樹然齎)는 8평쯤 된다. 월든 호숫가에 좁디좁은 오두막을 마련한 소로에 비하면 호사요, 낭비일 것이다. 그래도 남들 눈에는 성에 차지 않는지 혀를 차는 이도 있다. 하지만 내겐 가장 자유로운 곳이다. 내가 해미로 내려가기로 결심할 때 다시 읽었던 것이 소로였고, 내 결정에 힘을 얻은 것이 바로 이 문장이었다. 그리고 ‘뜻은 높게, 생각은 깊게, 영혼은 맑게, 삶을 소박하게’라는 좌표를 잡은 것도 거기에서 얻은 영감이었다.

하나를 가질 때 풍요롭지만 둘을 갖게 되면서 결핍을 느끼기 시작하는 것이 인간의 욕망의 본질이다. 물질에 대한 헛된 탐욕이 커질수록 삶은 부박해지고 의미는 퇴색한다. 그리고 그 탐욕이 다른 사람들의 삶까지 갉아먹는다. 세월호의 비극은 헛된 탐욕의 끝이 어떤 것인지 아프게 보여주었다.

“좁고 꼬불꼬불하더라도 사랑과 존경으로 걸을 수 있는 길을 추구하라”는 소로의 충고는 그런 탐욕에서 벗어나 자유로울 때 비로소 스스로를 사랑하고 존경할 수 있는 삶의 머릿돌이리라. 돈을 사랑하고 존경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고 아름다운 영혼의 삶을 사랑하고 존경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미 우리는 우주에서 가장 행복한 부자일 것이다. 흔들릴 때마다, 갈등할 때마다 나는 소로의 이 외침을 새긴다. “간소하게, 간소하게, 간소하게 살라!”

김경집 (인문학자·전 가톨릭대 교수)
#탐욕#간소#헨리 데이비드 소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