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나를 찾아서]명가의 와인 마르케제 안티노리, 그 혁신의 이야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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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FBC

마르케제 안티노리, 안티노리 후작이라는 이름의 와인은 키안티 클라시코 리제르바이다. 강렬한 루비 레드의 색깔이 아름다운 이 와인에서는 잘 익은 과일, 블랙베리, 자두, 체리의 향이 올라온다. 입안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타닌과 넉넉한 구조감은 인자해 보이는 얼굴의 피에로 안티노리 후작을 닮았다.

안티노리는 그 유명한 혁신의 대명사인, 슈퍼 투스칸 와인, 솔라이아, 티냐넬로의 아버지. 안티노리를 언급하지 않고는 이탈리아 와인을 말할 수 없다고 할 만큼 안티노리 가문은 이탈리아 와인의 상징으로 자리잡고 있다. 안티노리는 가족기업으로 가문의 와인 생산 역사는 118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피렌체 와인 길드에 공식적으로 가입한 1385년을 와인 생산 원년으로 삼고 있다. 한 대도 끊이지 않고 가족 경영으로 이어 오고 있다. 현 회장인 피에로 안티노리 후작이 25대이며 세 자녀가 26대로 모두 가업에 참여하고 있다. 윌리엄 오하라의 저서 ‘세계장수기업, 세기를 뛰어넘은 성공’에 세계 최장수 와인회사로 소개되어 있으며 기네스북에도 올라 있다.

이탈리아는 다른 모든 유럽 국가에 와인을 전파한 나라였지만 와인 종주국의 자리는 일찍이 프랑스에 내어주었다. 2000년, 이탈리아 와인의 역사를 바꾼 사건이 일어났다. 미국의 저명한 와인 전문잡지인 와인스펙테이터 100대 와인 발표에서 솔라이아 1997 빈티지가 1등으로 선정되고 ‘올해의 와인(Wine of the Year)’으로 선포된 것. 이탈리아 와인 역사상 처음이었다.

1997년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역의 포도 생산은 역사상 최고로 훌륭했으며, 솔라이아는 그 중 최고의 레드 와인이었다. 와인 스펙테이터지는 “솔라이아는 오늘날 이탈리아 와인의 모든 장점을 집약한 와인”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이탈리아 와인의 명성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이끌어 올린 티냐넬로와 솔라이아는 안티노리 후작의 끝없는 도전정신과 실험정신의 결실이었다.

피에로 안티노리 후작은 1970년 초 국제적으로 인기 있는 포도 품종인 카베르네 소비뇽을 도입하여 새로운 양조방법으로 티냐넬로를 만들었다. 1978년에는 티냐넬로 포도원에서 가장 좋은 곳을 골라 솔라이아를 생산하기 시작하였다.

이 와인들은 전통적인 방법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에 현지에서 무시되었다. 세계 최고의 품질임에도 불구하고 본국에서는 가장 하위 등급인 비노 다 타볼라(Vino da Tabola)라는 등급을 받고 출시될 수밖에 없었다. ‘슈퍼 투스칸(Super Tuscans)’이라는 멋진 이름을 붙여준 것은 미국의 와인 애호가들이었다.

끊임없는 품종 개발로 토스카나의 자존심인 산지오베제는 이제 카베르네나 피노 누아르와 같은 귀족 품종으로 인정되고 있다. 마르케제 안티노리 키안티 클라시코 리제르바는 티냐넬로 포도밭의 산조베세로 생산된다.

조창래 기자 chl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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