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세상은 절대 저절로 좋아지지 않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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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를 바꾸려면/오구마 에이지 지음/전형배 옮김/439쪽·1만9000원·동아시아

세상을 바꾸고 싶은가. 그렇다면 지금 당장 데모를 해라. 부당한 것에 항의해라. 권력을 향해 구호를 외쳐라. 담벼락에라도 대고 외쳐라. 막상 해보면 재밌다. 그렇게 어렵지도 않다. 그런 습관을 몸에 익힌 사람이 늘어나면, 그만큼 사회는 바뀐다. 데모를 하면 무엇이 바뀌는가. 적어도 ‘데모를 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

대통령을 잘 뽑으면 된다고. 고급관료가 되어 훌륭한 정책으로 세상을 바꾸겠다고. 투표 한두 번 해봤나. 평생 수없이 찍고 또 찍어, 사람을 바꾸고 또 바꿔 봤지만, 막상 바뀐 게 있던가. 선거가 끝나면, 다시 옛날로 돌아가지 않았던가. 그건 부품을 갈아 끼우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 일본인의 경우 ‘정치인에게 맡겨 바꿔 보겠다’는 사람은 3%에 불과했다.

저자는 일본의 영향력 있는 인문학자다. 2011년 도쿄 탈원전(脫原電) 데모에 참가한 뒤, 사회를 바꾸는 힘은 데모에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어린 딸을 데리고 데모에 열심히 참여하는 저자의 시도가 위험국가로 달려가는 현재의 일본을 멈춰 세울 수 있을까.

데모의 어원은 ‘데모스 크라토스(demos cratos)’ 즉 ‘민중의 힘’, ‘피플스 파워(people's power)’란 뜻이다. 하지만 예전의 데모는 노동조합, 시민단체 같은 조직 중심이었다. 따분하고 지루했다. 주최 측 따로, 참가자 따로, 겉돌기 일쑤였다.

오늘날 데모의 주최자는 장소를 제공할 뿐이다. 저자가 강조하는 데모의 재미는 ‘스스로 만들어 나간다’는 점에 있다. 우선 즐겁다. 낯선 사람과 이야기를 나눠도 접점이 있다. 일종의 ‘사교의 장’이다. 그래서 저마다 마음이 든든해져 집으로 돌아간다.

데모는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의 총합이다. 해방감과 활력, 에너지가 넘치는 한마당이다. 그 열정이 ‘나’를 넘어 ‘우리’를 만든다. 결국 데모란 ‘우리’를 만드는 과정이다.

우리 기쁜 젊은 날, 누구나 한 번쯤 세상을 바꿔보겠다고 다짐한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돌아보면 세상이 나를 바꾸고 있다. 무력감에 추워진다. 세상은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 행동은 전염된다. 용기도 전염된다.

김화성 전문기자 mars@donga.com
#사회를 바꾸려면#데모#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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